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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두드러기는 난치병에 속하지만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무작정 비방보다는 환자의 체질에 따라서 처방을 달리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성 두드러기에는 탱자의 미성숙 열매인 지실(枳實)이 특효였다. 챗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옛날 어떤 농사꾼이 서리 내린 추운 아침에 벼를 베다 손발이 저리고 아파 침으로 찌른 듯도 하였다. 찬 공기를 피하면서 자극을 주지 않고 조리를 하면 저절로 안정되었다.
그러나 이 이후로 조금 무리를 하거나 약간 찬바람을 쏘이면 그때마다 재발하였다. 몇 해가 지나는 동안 증상이 점점 더해졌는 데, 발은 정강이와 무릎까지, 손은 팔뚝과 팔꿈치까지 상체와 하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가려워서 긁으면 손톱자국으로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올랐고, 목침을 베면 목침 눌린 곳이 모두 부어올랐으며, 짐을 짊어지면 닿은 흔적대로 모두 부어올랐다.
그 농사꾼은 견디다 못해 근처 약방 몇 군데를 찾았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이면 증상은 더욱 심해져서 이제 밭일을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견디다 못해 두드러기를 잘 치료한다고 소문이 난 약방을 찾았다. 의원이 진찰을 보더니 “자네는 피부가 민감해서 나타나는 두드러기일세. 이것을 한방에서는 은진(?疹)이라고 하네. 자네는 원래 몸이 냉하기 때문에 찬 자극을 받으면 심해지고, 피부가 예민하니 긁게 되면 그대로 부어오르는 것이네. 그리고 위장이 약하고 수족냉증도 있구만. 이 처방을 복용해 보게나.”라면서 약방문을 써 주었다.
의원은 농사꾼에게 이진탕(二陳湯)에 창출, 백출, 포건강 각 1돈, 부자 5푼, 도인, 홍화 각 3푼을 더하여 처방을 했다.
농사꾼이 약방문을 나서자 제자가 묻기를 “스승님, 처방에는 두드러기를 치료하는 약재가 없는데, 과연 치료가 되겠습니까?”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원은 담담하게 “은진은 대부분 비(脾)에 속한다. 은은히 피부 사이에 드러나기 때문에 은진이라고 한다. 은진이 돋으면 많이 가려운데, 간혹 감각이 없을 때도 있다. 풍(風), 열(熱), 습(濕), 한(寒)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리고 증상이 올라오면 붉은 것과 흰 것이 있는데, 붉은 은진은 양에 속하므로 서늘한 것을 만나면 사라지고, 흰 은진은 음에 속하므로 따뜻한 것을 만나면 사라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어 말하기를 “이 환자는 위장이 약하고 손발이 차니 담음과 냉증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진탕에 창출과 백출을 넣어서 담음과 습을 제거하고자 했고, 포건강과 부자를 넣어서 냉을 제거하고자 했다. 그리고 도인과 홍화를 약간 넣어 어혈을 제거하고자 한 것이다. 어찌 될지 두고 보자.”라고 했다.
그런데 농사꾼이 연달아 20첩을 사용하였더니 증상이 모두 사라지고 재발하지 않았다. 농사꾼은 일을 가는 동안에 약방에 잠시 들러 감사 인사를 전하게 되면서 완치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자는 여러 해 동안 고생을 했던 두드러기가 이처럼 빠르게 치료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농사꾼의 질환은 요즘으로 치면 한랭성 두드러기와 피부묘기증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한랭성 두드러기는 찬 자극을 받으면 피부가 부어오르면서 가려워진다. 그리고 피부묘기증은 피부를 예리한 물체로 긁거나 자극을 주면 그 자리만 부어오르는 증상을 말한다.
농사꾼이 이 의원에게 은진을 치료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많은 두드러기 환자들이 약방에 몰려들었다. 그런데 약방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추워지면 나타나는 한랭성 은진이었다.
한 사내가 오더니 “의원님, 저는 날이 추워지거나 찬물에 손을 넣으면 찬 자극을 받은 부위가 붓고 가렵고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어떨 때는 붉고, 어떨 때는 창백하게 희지만 대부분 창백하고 흰색으로 부어오릅니다. 그러다가 따뜻한 방으로 들어가면 사라지는데, 이제 곧 겨울이 되면 항상 방에만 있을 수는 없고 어찌해야 합니까? 좀 고쳐주십시오.”라고 하소연을 했다.
의원은 진찰을 해 보더니 역시 한랭성 은진으로 진단하고서는 약방문을 써 내려갔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사내가 “의원님, 외람된 말씀이오나 제가 가진 돈이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의원은 사내를 한 번 쳐다보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그럼 내가 특별하게 자네에게 약값을 치르지 않고 비방을 알려 주겠네.”라고 하는 것이다.
의원은 사내에게 “탱자의 어린 열매를 지실(枳實)이라고 하네. 지실을 양에 상관없이 밀기울과 함께 누렇게 볶아서 매번 3돈을 따뜻한 술 한잔에 2시간 동안 담갔다가 지실을 빼내고 술만 마셔 보게나. 만약 밀기울이 없으면 지실을 5돈씩 술 1잔에 담갔다가 하룻밤 동안 온돌에 둔 후, 이른 아침에 즙을 짜내어 따뜻하게 복용하면 되네. 이렇게 해서 연속으로 3~4일만 복용해서 효과가 나타날 것일세. 한랭성 은진에는 지실을 그냥 물에 달여서 먹는 것보다 술에 넣어서 그 진액을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네. 술을 마시지 못한다면 식초에 넣어서 우린 후에 희석해서 마셔보게나.”라고 하는 것이다.
당시 마을에는 집집마다 탱자나무가 있었다. 탱자 열매가 완숙한 것은 지각(枳殼)이라고 하고, 어린 열매를 지실(枳實)이라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탱자가 약이 된다는 것을 알고 지각이나 지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실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번에도 제자가 의원에게 “스승님, 한랭성 은진이 하찮은 지실로 치료가 되겠습니까? 원래 여러 날 동안 약방문을 바꿔서 치료해도 잘 낫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하면서 걱정 어린 투로 물었다.
그러나 의원은 “온몸에 흰 은진이 돋아 가려움이 멎지 않고 날씨가 흐리거나 차면 중해지고, 맑거나 따뜻하면 가벼워지는 것은 한사(寒邪)가 피부로 숨어들어 엉겨 정체된 것이다. 지실주를 복용하고 지실 달인 물로 아픈 곳을 씻은 후 오약순기산 처방을 함께 복용하면 더 좋겠지만, 지실주만 복용해도 효과를 볼 것이다.”라고 했다.
그날 밤 제자는 혼자서 의서를 뒤적였다. 제자는 은진편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웬걸, <동의보감>에 보니 ‘지실주(枳實酒). 온몸에 흰 반진이 생겨 가려운 것을 치료한다. 지실 적당량을 밀기울과 함께 누렇게 볶아서 잘라 3돈씩 따뜻한 술 1잔에 잠시 담갔다가 지실은 버리고 마신다.’라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수진경험신방>에는 ‘지실을 5돈씩 술 1잔에 담갔다가 하룻밤 동안 온돌에 둔 후, 이른 아침에 즙을 짜내어 따뜻하게 복용한다. 3~4일 동안 연속으로 복용하면 다시는 피부병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나오는 것이다.
낮에 왔던 한랭성 은진 환자에게 지실만 처방한 스승님의 말씀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라 다를까, 지실을 처방받았던 환자는 한랭성 두드러기가 나아서 겨울에도 외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이 되었다.
두드러기는 원인에 따라서 종류가 다양하다. 찬 자극에 의한 한랭성 두드러기, 더운 자극에 의한 온열성 두드러기, 체온 상승에 따른 콜린성 두드러기, 물리적 자극에 의한 압박 두드러기나 피부묘기증,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두드러기 등으로 나뉜다.
두드러기는 난치병에 속하지만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무작정 비방보다는 환자의 체질에 따라서 처방을 달리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가 된다. 물론 완치까지 가능하다.
오랫동안 지긋지긋한 두드러기로 고생을 하던 환자들이 약방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경보신편> 一自農者霜朝刈稻, 手足痲痺, 或如針刺, 調攝自安. 自此以後, 小有勞力, 小有觸寒, 每每復發, 蹉過數歲, 漸漸添症, 足過?膝, 手過臂?, 無上下體, 瘙痒則爪?紅腫, 枕木則枕?皆腫, 擔負則擔?皆腫. 二陳湯, 加蒼朮ㆍ白朮ㆍ乾干(?)各一戈, 附子五分, 桃仁ㆍ紅花各三分, 連用二十貼而愈. (어떤 농사꾼이 서리 내린 추운 아침에 벼를 베다 손발이 저리고 아파 침으로 찌른 듯도 하였으나 조리를 하여 저절로 안정되었다. 이 이후로 조금 무리를 하거나 약간 찬바람을 쏘이면 그 때마다 재발하였다. 몇 해가 지나는 동안 증상이 점점 더해졌는데 발은 정강이와 무릎까지 손은 팔뚝과 팔꿈치까지 상체와 하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가려워서 긁으면 손톱자국으로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올랐고 목침을 베면 목침 눌린 곳이 모두 부어올랐으며 짐을 짊어지면 닿은 흔적대로 모두 부어올랐다. 《이진탕(二陳湯)》에 창출·백출·건강(습지에 싸 굽는다) 각 1돈, 부자 5푼, 도인·홍화 각 3푼을 더하여 연달아 20첩을 사용하였더니 나았다.)

<동의보감> ? ?疹. ?疹多屬脾, 隱隱然在皮膚之間, 故言?疹也. 發則多痒, 或不仁者, 是也. 兼風熱濕之殊, 色紅者, 兼火化也. 疹有赤白. 赤疹屬陽, 遇淸?而消, 白疹屬陰, 遇溫煖而滅. (두드러기. 은진은 대부분 비에 속한다. 은은히 피부 사이에 드러나기 때문에 은진이라고 한다. 은진이 돋으면 많이 가려운데, 간혹 감각이 없을 때도 있다. 풍·열·습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색이 붉은 것은 화가 함께 있는 것이다. 은진에는 붉은 것과 흰 것이 있다. 붉은 은진은 양에 속하므로 서늘한 것을 만나면 사라지고, 흰 은진은 음에 속하므로 따뜻한 것을 만나면 사라진다.)
? 遍身白疹, 瘙痒不止, 天陰日冷則重, 天淸日暖則輕. 此由寒邪伏於肌膚, 凝滯而成. 宜服枳實酒, 更用枳實煎水, 洗患處, 兼服烏藥順氣散. (온몸에 흰 은진이 돋아 가려움이 멎지 않고 날씨가 흐리거나 차면 중해지고, 맑거나 따뜻하면 가벼워지는 것은 한사(寒邪)가 피부로 숨어들어 엉겨 정체된 것이다. 지실주를 복용하고 지실 달인 물로 아픈 곳을 씻은 후 오약순기산을 함께 복용해야 한다.)
? 枳實酒. 治遍身白疹瘙痒. 枳實(不拘多少, ?炒黃切片)每三錢, 溫酒一盞, 浸一時, 去枳實, 飮酒. (지실주. 온몸에 흰 반진이 생겨 가려운 것을 치료한다. 지실 적당량을 밀기울과 함께 누렇게 볶아서 잘라 3돈씩 따뜻한 술 1잔에 잠시 담갔다가 지실은 버리고 마신다.)
<수진경험신방> ? 只實湯. 只實, 不拘多少, ?炒黃切片, 每三錢, 溫酒一盞, 浸一時, 去只實, 飮酒. (적당량의 지실을 밀기울에 축여 누렇게 볶고 조각낸다. 매 3돈을 따뜻한 술 한잔에 2시간 동안 담갔다가 지실을 빼내고 술만 마신다.)
○ 只實每五錢, 浸酒一盃, 置溫突經一宿, 早朝絞取汁, 溫服. 連三四日, 永不出?. (지실을 5돈씩 술 1잔에 담갔다가 하룻밤 동안 온돌에 둔 후, 이른 아침에 즙을 짜내어 따뜻하게 복용한다. 3~4일 동안 연속으로 복용하면 다시는 피부병이 생기지 않는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