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이순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 연기는 왜 할수록 어려운가요?’ 선생님께서는 잠시 저를 바라보시곤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 수년간 연기해오셔도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솔직함이 저에겐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이자 평생의 가르침이 됐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연기 앞에서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진정한 예술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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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지원이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아침 5시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배우 이순재의 영결식에서 배우 하지원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추 오징어릴게임 도사를 낭독했다. 하지원은 이순재와 드라마 ‘더킹 투하츠’(MBC·2012)에 함께 출연했고, 고인이 오랜 기간 활동해왔음에도 팬클럽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팬클럽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유족과 사회를 맡은 배우 정보석, 김영철, 유동근, 최수종, 정준호, 정일우, 정태우,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코미디언 정준하, 방송인 장성 백경게임랜드 규, 그리고 생전 그가 애정을 갖고 연기를 가르쳤던 제자들이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모였다.



코미디언 정준하가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다이야기꽁머니하지원은 “저에게는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행동과 태도로 보여주신 가장 큰 스승이기도 하셨다”며 “선생님께 배운 마음과 자세를 작품과 삶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앞에서는 정직하게, 사람 앞에서는 따뜻하게, 연기 앞에서는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고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릴게임뜻 “저희 후배들은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마음과 자세를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깊이 기억하겠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 하지원”이라고 추도사를 마쳤다.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발인에서 연예계 동료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도 고인을 추모했다. 김영철은 “오늘 이 아침이 드라마의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며 “‘오케이, 커트’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 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목멘 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영결식장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영철은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보여주셨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셨다”며 “눈빛 하나, 짧은 끄덕임 하나가 우리 후배들에게는 늘 괜찮다,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께서 어느 날 제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영철아,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게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항상 겸손하고 늘 진심으로 살아야 한다.’ 그 따뜻한 말씀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이제서야 그 울림의 깊이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틀어졌다. “현장에 한시간씩 일찍 간다. 대본을 본다. 나를 보러 온 관객들을 위한 책임이지 않나” “연기가 아직도 재밌다. 그래서 아직도 하고 있지 않나” “태어나는 조건은 다 다르다. 그러나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의미를 찾아 나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비하하지 말아라. 확신과 자신을 가지면 이루어질 거다” 하고 말하는 고인의 생전 인터뷰가 영상에 담겼다.



배우 정보석이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영결식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고인의 나이에 맞춰 준비된 91송이의 헌화가 이뤄졌다. 이날 아침 6시30분께 영결식이 마무리되자 고인은 후배들과 제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장지인 이천 에덴 낙원으로 향했다. 별도의 추모 공간이 마련된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사옥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이순재는 지난 25일 새벽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9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 태생인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에 다니던 1956년 신영균, 이낙훈, 황은진 등 동기들과 함께 연극반에 참여하는 등 일찍부터 연기에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이 해에 연극 ‘지평선 너머’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고, 이듬해엔 국내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국인 대한방송 드라마 ‘푸른 지평선’에도 출연했다. 1970년대 한국방송 드라마 ‘여로’의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큰 인기를 얻었고, 드라마, 영화, 연극, 시트콤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70년 가까이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날 정부는 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