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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구가 소멸해가는 지방에서 은행 점포도 빠르게 문을 닫았다. 그 빈자리를 지켜야 할 상호금융은 기업·부동산 편중 영업의 후폭풍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이제 상호금융은 '서민·지역 기반'이라는 본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한 수술대에 올랐다. 상호금융이 지역소멸 방패 역할을 하며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알아본다.







지난달 15일 강원 홍천군 홍천새마을금고 본점 소속 직원들이 홍천중앙시장 백경게임 상인들로부터 파출수납을 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얼마나 하세요?"

강원 홍천군 홍천중앙시장에선 오후가 되면 '걸어 다니는 ATM 기기'들이 나타난다. 지난달 15일에도 이들은 어김없이 등장해 시장의 한 떡집 앞에 바다이야기오락실 서 멈췄다. 가게 사장님은 지갑에서 현금 15만원을 꺼내 건넸다. 옆의 도토리 국숫집에선 꽤 많은 50만원이 나왔다.
걸어 다니는 ATM 기기들은 받은 현금을 능숙하게 정리하고는 곧장 다른 가게로 향했다. 이렇게 2시간30분에 걸쳐 홍천중앙시장 일대를 돈다. 2인1조로 움직이는 이들의 정체는 시장에서 60m 거리에 위치한 홍천새마을금고 본 오리지널골드몽 점 소속 파출수납원이다.
파출수납은 금융기관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다니며 돈을 받아 예금하는 일이다. 인터넷뱅킹에 익숙한 요즘 세대엔 생소하다. 가게를 비우기 어려운 시장 상인에게는 빛과 소금 같은 존재다. 동전을 많이 사용했던 과거에는 파출수납원이 따로 카트를 끌고 다녔다고 한다. 이젠 카트 대신 태블릿을 들고 다니며 고객의 소중한 돈 뽀빠이릴게임 을 받아 입금한다.
떡집을 운영하는 성연순씨(48·여)는 "혼자 있을 때는 아무래도 손님이 언제 올지 모르니 항상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가장 가까운 곳에 새마을금고가 있어서 이용하기가 편리하다"고 말했다. 성씨는 이날 상품권을 포함해 20여만원을 입금했다.
중앙시장 상인의 약 80%가 홍천새마을금고 고객으로 알려졌다 바다이야기프로그램 . 상인들은 파출수납원에게 '마을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AI(인공지능)를 이용해 '마을이'를 위한 노래를 작사·작곡하기도 했다.
이병기 홍천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장사하다 보면 일에 지치고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많지만 '마을이'가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면 기분이 싹 풀린다"고 말했다.
홍천새마을금고 사례는 지방소멸의 위기에서 상호금융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전국에는 총 89개 인구감소지역이 있다. 시중은행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이들 지역에서 점포를 줄였다. 인구와 함께 금융 인프라도 사라져 갈 때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촘촘한 지점망으로 지역을 지켰다.
하지만 대규모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은 지방을 지켜야 할 상호금융을 붕괴 수준으로 무너뜨렸다. 일부 새마을금고에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기 위해 상호금융을 대규모로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천금고는 거액 공동대출을 삼가면서 PF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었다. 지난 2분기 기준 연체율은 4.4%로 전국 새마을금고 평균(8.4%)의 절반 수준이다.



김생호 홍천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2015년 취임해 지금까지 홍천금고를 이끄는 김생호 이사장은 "발생한 수익을 파크골프 대회 개최와 기차여행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으로 환원한다"며 "이를 통해 회원을 모집하고, 신규 회원이 출자하거나 공제에 가입하면서 다시 금고 수익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에 매각하긴 했지만 지역 어르신을 위한 요양사업을 전국 새마을금고에서 처음으로 진행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소멸 위기 지역에서 상호금융 위상은 단순 금융기관이 아니다.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동체 기반의 지역 금융기관이다. 이에 무조건적인 통·폐합보다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보완해주면서 조합원 간 상호부조라는 본래 정체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이사장은 "홍천에는 신한·국민은행이 있지만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인력을 줄이고 기업 여·수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등 업무를 축소하고 있다"며 "새마을금고는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닌 지역사회를 포용할 수 있는 인적·사회적 금융 협동조합이며 지역에 머무르는 공동체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천(강원)=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