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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시인의 「실천시론」 책 표지.


시인과 시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진작 시는 읽혀지지 않고 시인과 시인이 시를 읽고 사는 시대가 아닌지 의문을 가지는 시대다. 이것을 '시'라고 하면 시가 되는 것일까?
'낯설게 하기' 기법에 매료된 나머지 '낯설게 표현하기만 하면 새로운 시가 되는 것일까' 묻고 싶다. 아무리 구조주의에서 구성주의로 그것마저도 해체된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시중에 나와 있는 시론집과 시창작론 집이 많이 있다. 시에 대한 이론도 알고 싶고, 창착론에도 관심이 있을 때 신진 작가의 「실천시론」을 곁에 두고 공부하면서 시를 읽어도 좋고, 창작하는 데 도움을 받아도 좋다. 여기에 소개하는 책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
적어도 시를 쓴다면 시를 쓰는 자신의 자세와 세계를 보는 태도는 고민해야 한다. 독자들도 시를 통해 시인의 자세 와 태도를 파악하고 숨겨진 비유들을 안다면 시를 읽는 재미가 더해질 것이다.
저자 신진은 '현대시 창작과 이해의 길' 서문에서 '시는 잘 지어낸 거짓말이 아니라 새로 발견한 본연, 은폐되어 있던 진선미(眞善美)의 새로운 조명이라 생각한다.', '참시인은 세계를 자아에 굴복시키거나 현재적 관행에 포박되지 않고 현재에서 차이가 나는, 더 참되 며 더 새롭고 그래서 더 풍요롭게 아름다운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주체'적 자아를 꿈꾸면서 그를 언어적으로 연출한다. 어떤 시대가 온다하더라도 시인은 다른 인간, 다른 사물, 나아가 다른 기계들과도 유기적으로 연대하고 이를 더욱 온전히 이루고자 하는 도전을 잃지 않을 것이다'고 한다.
'시는 인간 본성의 발로이고 인간 특유의 문화현상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시의 위기는 곧 인간성의 위기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시란 주체가 특정 사상(事象)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저간의 자기마저 이탈하는 공동주체적 지평에서 변용 굴절시키는 창조적 놀이다. 공동주체란 자아가 세계에, 세계가 자아에 스스로를 드러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하며, 낮추기도 부풀리기도 하면서 접촉, 융합하는 이상적인 상호연동지 경이다.'
'시를 시로서가 아닌, 현실적 명리를 위한 수단으로 써먹으려는 이. 시의 가치를 왜곡하고 공동주체의 놀이정신을 왜곡하는 이가 있다면 그 패륜, 그 해악은 산업화로 인한 지구의 환경오염에 버금가는 해약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드리고 싶다.', '시와 삶이 되는 세계는 인간과 자연, 지구와 우주, 현상과 사건과 존재 그리고 나로 얽혀있다.'('2장 공동주체로서의 자아실현'에서)
신진 시인은 시는 공동주체적 지평에서의 창조적 놀이이며 이 놀이를 왜곡 시키는 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신진 시인이 강조한 차유에 관한 일부 내용을 발췌했다.
'시의 언어는 비유의 언어이다. 필자는 '차이'의 비유, 다시 말해 모순, 불합리 등 매개적 언어가 특정의 주지를 유추하게 하는 경우, 이 역시 비유의 본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를 차유(差喩transphore)라고 부르기를 제안한 바 있다. 차유는 수사 위주의 비유가 실제 삶의 성찰에 닿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언어전략이자. 은유·환유와 함께 언어형성상의 세 축이 된다. 또는 은유와 더불어 비유의 두 축이라 할 수도 있다.', '차유는 차이 중심의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언어로 긴장감 있는 의의(주지)를 공유하고자 한다.'('8장 차이성의 비유')'현대시 또는 차유의 네 기둥, 차이와 모순과 부정 그리고 시적 윤리에 대한 재고(再考)는 시 쓰기와 읽기에서는 물론, 현대시 교육 현장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차유의 시 쓰기'에서)
시에서 메시지가 중요하다.

'시에 있어 내용면, 메시지를 도외시하는 것이 예술로서의 본도를 따르는 길인 양하는 일각의 풍조는 마치 피부 관리나 체력단련이 인간학의 중심인 양 우기는 것과도 같은 단견이다.', '시의 메시지는 시인 또는 시적 자아의 비전과 태도에 따라 형성된다. 비전(vision)은 사물을 꿰뚫어보는 정신능력으로 시인의 세계관, 인간관, 우주관, 사상, 태도, 감정 등으로 형성된디. 시인의 감수성을 배태하는 가정(假定)들이 비전이며, 그것은 그때그때 임시적으로 정해시는 시적 자아의 실체로서 시를 생산하고 조정한다. ('10장 메시지의 형성과 그 의의'에서)




?신진 시인


저자 신진 시인은 1981-2016까지 동아대학교 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시집?「멀리뛰기」 등 9권, 시선집, 논저, 동화집, 에세이집 등 수많은 저서를 냈다.
신진 시인의 「실천시론」(2025, 역락)은 한마디로 시의 근원에서부터 현대시의 특성과 종류, 그 미래적 전망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시론이다. 기존 시론 용어 해설을 망라하되, 시의 생기(生氣)를 잃지 않도록 창작과 이해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기존의 시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공동주체성 지향'의 본성에 의한 '차유'의 언어로 새롭게 체계화했다. 이 책은 시 창작과 연구의 지침을 알려줘 시를 공부하고 창작하는 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