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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처음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TV토론 공식 의제로 채택되면서 각 후보의 기후·에너지 공약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는 임기 초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하고,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관심과 달리, 후보 간 정책의 깊이와 우선순위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대출비율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2040년 석탄화력 폐쇄, 전국 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수익을 주민 소득으로 전환하는 '햇빛·바람 연금'과 AI 기반 지능형 전력망을 도입한 새마을금고서민대출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다만 원전 관련 구체적 입장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는 대통령 직속 '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기후경제 선도국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당 위원회는 정치인, 학계, 시민사회 등 40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탄소중립을 '경제정책'과 연계한 저축은행추가대출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자문단은 석유화학 등 탄소집약 업종의 전환 전략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유력 후보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기후재난 대응과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공약의 중심에 뒀다.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해 기후재난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원전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대형 서브프라임과정 원전 6기와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원전 기반 저렴한 전기 공급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나 송전 갈등 등 현실적 쟁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자문단은 전기요금 반값 실현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SMR이 아직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일산현대스위스 데다, 한국전력의 재무구조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김민지 기자,박정호 기자,민경석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대 공약에 기후위기 대응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원전 수출과 고준위 방폐장 건립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구체적 실행계획은 아직이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를 통합해 '건설교통부'로 만들겠다는 조직개편 공약은 수자원·재난관리 체계 후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후·환경을 핵심·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유일하다. 권 후보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70% 감축,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60% 달성을 제시했다. 2030년 탈핵, 2040년 원전 폐지를 목표로 하고, '기후에너지부'와 대통령 직속 '탈탄소사회전환위원회' 신설, 재생에너지 전담 국책연구기관 설립 등을 약속했다. 에너지 전환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을 통합해 '재생에너지공사'로 개편하겠다는 방안도 포함했다.
각 후보의 기후·에너지 공약은 산업 전환보다는 인프라 구축이나 기술 투자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탄소배출의 핵심인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고배출 업종의 구조 전환 계획은 후보 모두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의 '기후 유권자'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기후정치바람, 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은 시민 1580명의 질문을 취합해 각 캠프에 전달하고, 기후 단일 의제 TV토론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기후 공약 없이 토론에 나서는 후보는 국민 질문 앞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후정치바람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 62.3%는 차기 정부가 기후위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 전담 부처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응답도 57%, 헌법 개정을 통한 국가 책임 명시는 60.4%에 달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부문 최우선 과제로 꼽혔고, 원전 확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선호를 보였다.
조사에 참여한 시민 절반 이상은 스스로를 '기후 시민'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중 36.0%는 정치적 참여를 중시하는 '기후민주시민'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23일 열리는 TV토론회에서 각 후보는 사회 분야 공약 중 '기후위기 대응'을 주제로 입장을 발표하고 주도권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토론 결과는 기후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후보자 간 정책 격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