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제시한 한국형 차기 이지스구축함(KDDX)의 가상도. HD현대중공업 제공


1년 반째 표류하고 있는 7조8,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 방식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14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를 열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대해 수의계약, 경쟁입찰, 상생안 마련 중 한 방안을 정하는 회의를 여는데, 7일과 10일 진행된 민간 분과위원 대상 사전 설명회에서 방사청은 여전히 기존 입장인 수의계약 계획안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분과위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실상 8개월간 허송세월을 보낸 셈이다. KDD주식우량주
X 사업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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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분과위원 설명회에서 방사청은 ①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과의 수의계약(HD현대중 주장) ②HD현대중과 한화오션 간 새 평가 방식을 적용한 경쟁입찰(한화오션 주장) ③공동설계와 1·2투자증권회사
번함 동시 발주를 골자로 한 상생안(분과위·정치권 주문)의 3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상세 실행 계획은 사실상 ①안에 대해서만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②안은 최근 HD현대중에 대한 보안 감점(1.2점)이 1년 연장되면서 한화오션이 유리하다는 이유로, ③안은 양사 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담합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실행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오락실황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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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과위와 정치권은 각각 회의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HD현대중의 기술 유출 범죄 사실이 확인된 만큼 개념설계를 한 한화오션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해왔다. 방사청은 올해 3·4·9월 3차례의 분과위에서 해당 안건을 다루려 했으나, 상생안을 마련하지 못해 번번이 회의가 취소되거나 안건 상정이 불발됐다. 그런데 이번 분과위 때도 진전된 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한국형 차세대 이지스구축함(KDDX) 가상도. 한화오션 제공


정부가 K방산 원팀을 강조하는 만큼 정치적으로는 상생안 마련이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지난 3월 이후 방사청에선 "공동설계와 1·2번함 공동발주도 가능하다"며 군불을 지폈다. 하지만 업체 간 이견은 컸다. 공동설계의 지분율과 책임 소재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고, 선도함 이후 2번함부터는 경쟁입찰이 원칙이라 공동발주는 담합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방사청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3가지 안을 저울질하려면, 상생안의 경우 담합 우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보거나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을 통해 적극 행정에 나설 법도 하지만, 방사청은 자체 검토만 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담합 여부 등이 확정돼버리면 선택지가 줄기 때문에 (외부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쟁입찰에 대해서도 새 평가 기준을 마련해보고 한계점을 찾는 게 합리적이지만, 준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사업 지연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대기업 간 수주 경쟁에서 상생안 마련은 어불성설임에도 정치권에서는 뚜렷한 대안 없이 상생안을 만들라고만 한다"며 "결국 방사청은 결정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