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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국회’보다도 못하다는 최악의 국회, 해법은
김현철 연세대 의대·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장
우리는 지금 서로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득 격차는 커지고, 정치와 문화의 분열은 깊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토론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곳곳의 민주국가가 같은 병을 앓고 있다(Boxell et al. 2024).
보험가입연령오늘날 우리는 신문보다 알고리즘이 짜준 ‘피드’를 먼저 본다. SNS와 추천 시스템은 이용자의 과거 행동을 학습한다. 그 결과 비슷한 정보만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사람들은 다른 관점을 접하기보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한다. 이것이 정보의 울타리, 이른바 ‘에코 챔버(Echo Chamb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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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전세자금대출이란 접촉이 편견 줄이는 효과 정당별 좌석 배치 이젠 그만해야
‘섞어서’하는 교육 실험도 긍정적 ‘다름’마주보는 게 통합의 첫걸음
증거에 기반한 토론도 함께 가야 농어촌기본소득 제대로 실험을 」
2023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 통신연체정보 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표결하는 모습. 유럽의회 좌석 배치는 정당별 구획이 있지만 구역 내부에선 알파벳 순서에 따른 무작위 원칙을 따른다. 다른 정당 의원 옆에 앉거나 인접해서 앉는 경우가 많다. 정당이 달라도 옆에 앉은 의원과는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였다. [AFP=연합뉴스]
최근 연구들은 디지 전세 계약 해지 털 환경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유튜브와 페이스북 같은 대형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이 문제다. 한 논문은 주요 SNS에서 1억여 건의 게시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슷한 성향의 이용자들이 서로 더 긴밀히 연결되고, 정보가 같은 성향의 집단 안에서만 순환하는 현상을 확인했다(Cinelli, 신용불량자급전 Matteo et al., 2021).
우리 국회에도 ‘접촉 가설’ 적용을 확증 편향을 넘어서는 첫걸음은 의견이 다른 사람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이다. 그 불편한 접촉이 편견을 줄이는 첫걸음이다. 사회심리학에서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이라 부르는 이 이론은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반복해 증명되고 있다.
국회의사당은 민주주의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분열의 공간이다. 정당별로 나뉜 좌석 배치는 정치적 벽을 더 높인다.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를 만들고, 심리적 거리가 정치적 적대를 낳는다. 그런데 강제로라도 사람을 섞이게 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유럽의회는 의원들이 정당별로 앉지만 정당 구역 내에선 이름 알파벳 순서로 앉는다. 연구자들은 이 규칙 덕분에 “누구 옆에 앉느냐가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관찰할 수 있었다. 결과는 놀라왔다. 옆자리에 앉은 의원끼리는 투표가 7%포인트 더 비슷했다(Harmon et al., 2019). 대화의 기회가 설득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아이슬란드 의회에서는 좌석을 무작위로 추첨한다. 연구 결과, 다른 정당 의원이 옆자리에 앉으면 초당적 투표 확률이 높아지고, 발언의 어조와 단어 선택까지 유사해졌다(Saia, 2018). 같이 앉은 두 의원이 같은 표를 던질 확률은 약 0.5~1.0%포인트 상승한다(Lowe and Jo, 2025). 물리적 거리가 좁혀질 때 정치적 거리도 줄어든 것이다.
우리 국회도 아이슬란드 방식을 생각해볼 때다. 정당별 구역을 나누는 관행 대신, 매 회기마다 추첨으로 좌석을 정하면 어떨까. 무작위로 짝을 정해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하는 초등학교의 ‘마니또’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다. 이념이 다른 의원들이 일정 기간 서로의 ‘의정 마니또’가 되어 함께 점심을 먹거나 지역구, 정책 현장을 동행하는 것이다. 작은 대화와 동행이 편견을 줄이고 협력을 키울 수 있다.
배경 다른 룸메이트와 살았더니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을 무작위로 섞는 것의 힘은 교육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예다. 대학 신입생을 무작위로 룸메이트로 배정한 뒤 1년 동안의 변화를 추적한 연구에서, 학생들은 점차 룸메이트의 정치적 성향과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Strother et al., 2020). 생각의 변화는 교수나 강의보다 일상의 대화와 생활 속 접촉에서 비롯되었다. 보수 성향 학생일수록 상대의 관점을 더 많이 흡수했고, 이념적 간극이 좁혀졌다.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위치한 아메리칸 대학교는 1학년 신입생을 무작위로 짝지어 수업을 듣게 한다. 2001~2016년 모든 재학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슬람계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은 비이슬람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수록 성적이 높아지고, 다른 종교 교수의 수업을 듣는 비율이 증가했다(Canaan et al., 2025). 종교적 소수자에게 다양성 접촉은 자신감과 개방성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비이슬람 학생들은 종교색이 강한 환경에서 다소 불편함을 겪었지만, 그 불편함이 결국 상호이해를 넓혔다.
이 두 연구는 대학이 학문의 장을 넘어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용광로이자 실험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름을 마주 보는 일은 불편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사회 통합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만남만으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이에 더해 근거 기반의 토론이 필요하다. 근거를 찾는 이유는 좋은 의도만으로는 정책이 성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저소득층 조기교육 정책의 명암 예를 들어 미국의 ‘헤드 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1965년 저소득층 아동의 조기교육을 위해 시작된 이 정책은 반세기 동안 대표적 복지제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002년 실시된 국가 헤드스타트 영향평가 연구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줬다. 유치원 입학 시 인지능력은 높았지만, 초등 3학년이 되기 전 대부분의 효과가 사라졌다(Puma, Michael et al. 2012).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가정방문, 정신건강, 영양지원 등 통합 설계가 있을 때는 효과가 지속됐다(Currie and Thomas, 1995). 장기적으로는 범죄율이 낮아지고, 건강지표와 학력도 개선됐다. 효과의 경로는 비인지능력, 즉 정서조절·사회성·자기통제력이었다(Deming, 2009). 결국 선한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설계와 근거, 그리고 체계적 평가였다.
우리나라의 2025년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방식은 증거가 정책을 바꾼 사례다. 당초 계획은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25만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사한 사업인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연구 결과,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소비 진작이 목적이라면,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 50만원, 차상위 40만원, 일반 국민 25만원, 상위 10% 15만원으로 조정됐다. 정치가 아니라 증거가 정책을 이끈 순간이었다.
정책은 신념이 아니라 근거로 세워져야 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증거 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이라 부른다. 정책의 설계와 집행 전후에 인과 효과를 검증하고, 결과에 따라 수정·보완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이를 제도화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연방정부 내 ‘근거팀(Evidence Team)’을 두고 각 부처의 평가와 데이터 활용을 체계화했다. 이후 2018년 제정된 ‘근거에 기반한 정책수립법’은 모든 연방기관이 과학적 근거와 평가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하도록 명문화했다.
영국의 왓 웍스 네트워크(What Works Network)는 2013년 출범한 공공정책 평가 인프라로, 내각의 평가 태스크포스 팀이 총괄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기관이 함께 어떤 정책이 효과적인가를 검증하며, 보건·교육·범죄·노년·청년 등 9개 분야에서 정책 효과를 평가하고 근거를 공유한다.
정책 평가의 황금 기준(Gold Standard)은 실험이다. 의료현장을 떠올려 보자. 의사들은 수만 건의 무작위 대조실험을 통해 ‘어떤 치료가 최선인가’를 데이터로 입증해왔다. 새로운 치료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치료를 대조군으로 삼아 객관적으로 비교한다. 이런 방식이 과학의 신뢰를 세웠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말이나 신념이 아니라 실험과 검증을 통해 입증되어야 한다.
시범사업, 제대로 평가 설계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접근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2023년, 국내 최초로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모델을 적용한 ‘디딤돌 소득 실험’을 시작했다. 중위소득의 85%를 기준으로, 실제 소득이 그보다 낮으면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인 가구의 월 소득이 140만원이라면, 기준선(340만원)과의 차이 200만원의 절반인 100만원을 지급한다. 소득이 늘어나도 급여가 급격히 끊기지 않아 근로의욕을 유지할 수 있다.
서울시는 참여 가구와 대조군을 무작위로 배정해, 향후 몇 년간 소비·고용·삶의 만족도를 추적한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무작위 대조실험형 복지 실험으로, 정책의 과학화를 상징한다. 정부가 2026년부터 시행할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도 이러한 평가 설계가 필요하다. 복지정책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실험이지만,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 없다면 또 다른 ‘좋은 의도의 실패’로 남을 것이다. 무작위 배정, 대조군 설정, 조사 설계, 데이터 분석계획이 명확히 마련될 때, 그 결과는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정책의 속도보다 정확한 평가와 피드백이 중요하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확증편향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큰 확신이 아니다. 분열된 사회를 바꾸는 힘은 만남과 근거, 두 축에서 나온다. 만남은 편견을 줄이고, 근거는 토론을 깊게 만든다. 양 극단의 시대를 건너, 다시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김현철 연세대 의대·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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