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게임사 3분기 실적/그래픽=이지혜
'똘똘한 신작' 여부가 게임사 3분기 실적 희비를 갈랐다. 올해 3분기 신작을 출시하거나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기존 게임에 새로움을 더한 넷마블과 크래프톤은 양호한 성적표를 얻었지만, 신작이 부재한 엔씨소프트와 넥슨, 카카오게임즈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이들 역시 4분기와 내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신작 출시가 예고돼 기대감이 상존한다.
11일 엔씨소프트는 3분기에 매출액 3600억원, 영업손실 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적자 폭이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474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엔씨타워1 매각 대금이 반영된 여파로 일시적이다.
이는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매출액 3680억원, 영업손실 89억원)와 유사한 수치로, 예상됐던 부진이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부진한 3분기보단 4분기로 쏠린다. 엔씨소프트의 실적 개선 열
쇠를 쥔 '아이온2'가 오는 18일 출격 준비 중이고, 12월 기존 IP(지식재산) 스핀오프 신작, 내년에는 퍼블리싱 신작과 스핀오프 신작이 줄줄이 쏟아질 예정이다. 박병무 대표도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3분기까지 부진할 것이라며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언급했다.
넥슨도 이날 3분기에 매출액 1조1147억원, 영업이익 3524
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때 제시한 3분기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수치로, 역시 예상된 부진이다.
'메이플스토리'의 대형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흥행으로 발생한 역기저 효과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4분기 출시한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아크 레이더스'가 2주 만에 글로벌 판매량 400만장을 넘어서는 등 흥행한 데다, 내년에는 던전앤파이터와 마비노기 IP를 활용한 신작 4종을 비롯해 다양한 신작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기대감이 커진다.
카카오게임즈는 9월 '가디스오더'를 출시했으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127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54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카카오게임즈는 비핵심 사업 개편 등 수익성 개선과 함께 내년 아이돌 IP를 활용한 캐주얼 게임 등 차별화된 콘텐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넷마블과 크래프톤은 신작과 콜라보 효과로 이용자 유입이 증가한 것이 실적에도 오롯이 반영됐다.
넷마블의 경우 3분기 매출액 6960억원, 영업이익 90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39% 증가했다. 8월말 출시한 '뱀피르' 흥행에, 5월 중순에 선보인 '세븐나이츠 리버스' 실적까지 온기로 더해진 덕분이다. 해외 매출은 4726억원으로 비중이 68%에 달했다.
4분기 이후에도 흥행을 이어간다. 오는 17일 '나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오버드라이브' 출시에 이어 내년 '일곱개의 대죄:오리진' 등 8종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실적 레벨업이 기대된다.
크래프톤의 3분기 매출은 8706억원, 영업이익은 3486억원으로 각각 21%, 8%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1조519억원으로, 3분기 만에 첫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배틀그라운드'(배그)가 에스파, 지드래곤, 프랑스 자동차 '부가티' 등과 연달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것, 인도 한정스킨 등으로 현지화를 이룬 것이 실적에 기여했다. 크래프톤은 성장하는 인도 시장 공략을 지속하고 IP 확장, AI(인공지능) 기업으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내년에는 배그에도 AI를 활용한 CPC(Co-Playable Character)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지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EA가 사우디국부펀드에 매각되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는 등 콘텐츠, IP 가치 평가가 강화되고 있다"며 "내년 국내 게임산업도 개발력과 IP 경쟁력이 검증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