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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5-22
조회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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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 전화통화 감사했고, 주소: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로 179번길 33(장생포동) ㈜삼경물산.’ 2023년 7월 21일 금요일 오후 5시 7분에 자네로부터 받은 문자. 지난해 11월 8일 통화했고, 올 1월 28일에도 긴 얘기를 나누었지. 자주 통화하자고, 친구들 걱정까지 해주던 영빈 형….
나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네. 통 크고 거침없던 그 웃음소리가 쟁쟁한데, 지난 5월 4일 이승을 떠났다니….
‘쟁쟁하다’는 옥이 맞부딪쳐 울리는 소리가 맑다, 전에 들었던 말이 전업주부대출 나 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하다, 목소리가 매우 또렷하고 맑다는 뜻일세. 자네 목소리는 은쟁반을 두드려 울리는 소리 같고, 믿음과 진실이 배어 있는 웃음소리였어.
내가 어릴 적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타고 홍성 남산 성 앞 냇가 신작로를 지날 때마다 창밖으로 자네 집을 건너다보곤 했지. 손위 영행 형과 오손도손 등교하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어.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 홍성에 집이 있고, 형도 있고, 동생도 있고, 공부도 잘하고, 태권도 배우러 다닌다고 뻐기기도 했으니 외지서 온 동창들이 부러워할 만했다네. 더욱이 우리는 1학년 2반 같은 반이었지.
중학교 때 여름방학에 홍성 갈산 이종민이네 집에 놀러 갔다가 냇가에서 물고기 잡던 추억담,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 숙부댁에 가서 숙모 눈칫밥 먹으며 고생했던 광역자치단체 회고담도 생생하게 기억나네. 중고 동창인 장동엽이 여름방학에 홍성 집으로 찾아왔다가 서울 숙부댁에 가 있다는 소식 듣고 편지를 보내 해양대학 진학을 권유하고, 12월에 원서까지 보내주어 합격하게 되었다지.
결국 둘이는 뱃사람이 되었다던 특별한 인연담, 외국에 드나들며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있었던 흥미진진한 비사(秘私)들. 양주가 귀하던 시 소속회사 절 친구 양주 얻어먹은 동창이 많았더랬지. 망망대해에서 힘들게 근무하며 받은 첫 월급부터 부모님께 송금해 어깨 펴게 되셨다던 그 효심에 나는 크게 감동했었네.
자네는 SK해운에서 중역으로 일한 후 삼경물산을 인수해 열심히 꾸렸지. 그 열정을 자네 자식들이 닮은 듯해서 친구로서 흐뭇하네.
아들 성조가 국회기후변화포럼 사무처 향후 금리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장이고, 딸 미란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으로 근무하니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울산서 고적하게 보냈지만, 부모님을 다시 뵙게 되었으니 이승의 아쉬움은 잊고 저승의 기쁨 누리시게.
3년 전 노량진 송년 모임에서의 만남이 마지막이었네그려. 포항 배현이랑 이 사장이 가장 멀리서 왔었지. 눈이 크고 홍안(紅顔)인 데다 후리후리하게 보이던 모습을 어디 남겨 두고 떠나셨나. 통화할 때마다 고난과 행운의 과거사를 들려주어 친구의 진면목을 넓혀 왔는데, 이제 그런 친구 또 누가 있을까 적막하기 그지없네.
1975년 봄, 자네 부인 박정신 여사의 초등학교 동창과 만났던 기억도 스치네. 이제 장생포 고래로 179번길 33을 영영 떠나 승천하게 되었으니, 이 형이야말로 바다를 누비고 하늘을 나는 동창이 되시었네.
그동안 들려주던 쟁쟁한 목소리 고마웠네. 부디 잘 가시게.
최명환(공주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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