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의 스틸컷.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여성의 늙은 몸에 대한 사회의 혐오 낙인에 굴복해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 배급사 제공


“여자는 50대가 되면 끝나요.”
뭐가 끝나? 저 대사 한마디에 급속도로 감정이입 된 50대 관객인 내가 영화 속 주인공과 동시에 따져 물었다. 티브이쇼 제작자인 중년 남자는 게걸스럽게 새우를 먹으며 즉답을 피하지만 뜻은 분명하다. 왕년의 스타라 한들 나이 든 여자인 너는 이제 필요 없어. 해고야. 영화 ‘서브스턴스’에서 아침 방송 에어로빅 쇼를 진행하던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쉰살 생일을 맞은 날 그렇게 쇼에서 잘린다.
그깟 쇼 따위 뒤로하고 자기 브랜드로 피트니스 사업을 일화성 주식
구든, 편견을 부수며 잘나가는 엘리자베스를 보기 바랐건만. 묘약의 힘으로 ‘더 나은 나’인 20대의 복제인간 수(마거릿 퀄리)를 만들어내고도 기껏 하는 일이 자신을 내친 쇼의 새 진행자 오디션을 보러 가는 거였다니. 그렇게 배알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나. 혹시 복수하러 돌아가지 않았을까 내심 기대했으나 그것도 아니다. 젊어진 몸에 대한 사람들의 환호를 가치투자클럽
즐길 뿐이다.



영화 ‘서브스턴스’의 스틸컷. 노인에 대한 혐오는 삭제 불가능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한다. 배급사 제공


마지막엔 반격이라도 하듯 괴물이 된 주인공의 ‘피의 난장’으로 끝나는 이 영화의 여전망있는주식
성들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갇혀 남성의 평가에 조건반사 하도록 훈련된 동물과도 같다. 탱탱한 젊은 몸과 나이 든 몸을 대비해 보여주지만, 이 영화는 몸 자체가 아니라 그 몸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것이 여성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혐오다. 늙은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의 혐오와 여성의 자기혐오.
철학자 마해외주식사이트
사 누스바움은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혐오란 늘 일정한 자기혐오를 포함하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영화 ‘서브스턴스’의 주인공들도 여성의 늙은 몸에 대한 사회의 혐오 낙인에 굴복해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 젊은 복제인간인 수가 아무리 엘리자베스를 타자화하려고 애쓴들, 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늙은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미래라는 사실을 안다. 지워바다이야기 온라인
버리고 싶지만 죽지 않는 한 삭제가 불가능한 자신의 미래. 노인에 대한 혐오는 그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은 여성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과 남성 법학자 솔 레브모어가 우정, 몸, 은퇴 등 나이 듦에 대한 8개 주제를 놓고 생각을 교류한 책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 차이를 비교해보면서 읽을 수 있고 한 사람의 생각을 쭉 따라 읽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나이 든 몸에 대해서는 혐오 감정 연구로 널리 알려진 마사 누스바움의 생각이 흥미로웠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혐오를 느끼는 이유는 자신의 동물성에 대한 어떤 것, 즉 우리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취약하며 죽고 부패한다는 사실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주름살이나 축 늘어진 피부, 반점 등 노년의 낙인이 찍히는 특징들은 실제로 젊은이보다 죽음에 가까워져 있다는 표시이므로, 그에 대한 회피나 혐오는 일정 정도 문화적 보편성을 띤다.
또한 노인의 몸에 대한 낙인은 “우리 자신이 충분히 오래 산다면 우리도 불가피하게 저 낙인찍힌 집단에 들어가게 될 거라는 느낌”과 관련돼 있다. “주류 집단에 속한 사람들(즉 젊은 사람들) 모두가 언젠가 (일찍 사망하지 않는 한) 비주류 집단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는 노인 집단이 유일”하다. 이런 미래는 처음부터 우리를 위축시키고 노화를 불확실성과 막연한 공포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늙어가는 몸에 대한 철학자의 조언은 시간의 도도한 흐름을 인정하고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자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의외로 마사 누스바움은 운동과 식단 관리를 비롯해 비외과적 성형 시술까지 포함하여 외모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긍정한다.
그는 자기 돌봄을 통해 노년의 낙인에 맞설 것을 강조하며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낭만화하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간의 삶은 그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것”이고 “삶이란 만약 우리가 몸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일절 하지 않을 때 도달할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에 순응하여 개성을 지워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 한, 나이 든 여성이 자신을 더 아름답게 가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당하다. ‘서브스턴스’의 엘리자베스처럼 자기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신의 어떤 특성이 결점이 아니라 개성이라고 인정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노년의 몸에 대한 낙인에 맞서는 노력으로 마사 누스바움이 제안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연령차별을 없애는 운동이다. 부당한 취급을 받던 대상이 자연스러운 존재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분투한 인종차별 철폐운동, 여성인권운동처럼 새로운 경계선인 연령에 저항해 비윤리적인 연령차별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몸을 두고 끊임없이 갱신되는 미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에서 나이 든 몸에 대한 낙인을 없애는 것이 언제쯤 가능해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노년에 대한 고정관념을 살펴볼수록 절감하는 것은 노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자신을 혐오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더 많은 노년 여성‘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서브스턴스’의 주연 배우 데미 무어는 이 영화로 63살에 생애 첫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타면서 작은 다양성 하나를 추가했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내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여성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신은 결코 충분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를 측정하는 그 잣대를 내려놓으면, 당신의 가치를 알게 될 겁니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