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현 지음/아침마중 펴냄.


4·19 혁명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을 어린 시절의 경험과 가족사의 비극으로 되살려낸 윤삼현 시인의 서사시집 '4시에 멈춘 풀꽃시계(아침마중)'가 출간됐다.
1953년 전남 해남 출생인 윤 시인은 1982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동시·동화·시조·연구서를 넘나들며 한국 아동문학과 시 문단에서 독보적 위치를 쌓아왔다.
이후 한국아동문학상, 송순문학상, 대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동시집 '겨울새', '지구본 택배', 동화집 '눈사람과 사형수' 등 다수의 작품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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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에 멈춘 풀꽃시계'는 가족의 상흔에서 출발해 시대의 아픔으로 확장된 서사이자 4월의 기억을 오늘의 민주주의로 꿰어 잇는 문학적 기록으로 "아픔을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시대를 이끄는 힘"임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시집으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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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현 시인.


특히 어린 윤 시인에게 1960년 4월 19일, 독재정권을 규탄하는 시위 현장에서 네 발의 총탄을 맞고 숨진 형의 죽음은 말할 수 없는 공포와 충격, 그리고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철쭉 핀 언덕에 형의 유해는 묻혔지만 바다신2 다운로드 형은 매년 사월이 오면 다시 살아 돌아왔다"고 말하며 그날의 '오후 네 시'에 멈춰버린 시간과 마음의 깊은 틈을 시로 복원한다. 시집은 예술이 어떻게 인간의 아픔을 구원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윤 시인은 "역사와 현실을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늘 가슴 속을 울렸다고 고백하며 어린 날 체험한 폭압과 부조리, 공동체의 상흔 릴게임종류 을 '동심의 시선'으로 증언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
그렇게 소환된 기억은 가족사의 고통으로 응집되고 다시 강물처럼 흘러 시대의 바다와 만난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4시에 멈춘 풀꽃시계'는 서정성과 서사를 함께 품은 독특한 형태의 '서정적 서사시'로 자리매김한다.
시집은 총 44편으로 구성되며, 조병옥 박사의 서거, 3· 사이다쿨접속방법 15 정·부통령 선거 공표, 김주열 열사의 실종, 이기붕 관저 앞의 격렬한 함성 등 현대사의 장면을 어린 소년의 감각과 언어로 다층적으로 끌어오른다.
이와 함께 형이 읽던 동화책, 신문을 읽던 아버지의 모습, 진달래 핀 산천과 들판을 뛰어다니던 일상의 풍경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더욱 대비돼 자유와 정의가 무엇인지 뼈아프게 묻는다.
곳곳의 구절에서 드러나듯, 윤 시인은 피 냄새를 떠올리게 한 밥알의 비릿함, 매일 이어지는 장례의 행렬,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선언하던 시민들의 외침을 감각적으로 기록하며, 역사가 교과서의 문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상처'였음을 증명한다.
또한 시집에 삽입된 김천정 작가의 그림도 깊은 울림을 더한다. 만세를 외치는 학생들과 격한 시위의 순간, 연을 날리던 형제의 행복한 기억, 국회의사당 앞의 인파 등은 시적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확장하며 '풀꽃시계'가 가리키는 역사의 시간이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다시 움직였는지 보여준다.
윤 시인은 '4시에 멈춘 풀꽃시계'를 펴내며 "형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자유민주의 새 하늘을 연 희생이었다"며 "그날의 진실을 시로 증언하는 것이 남겨진 자의 사명"이라고 말한다./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