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아라카와 한 호텔에서 열린 ‘야만의 시간’ 일본어판(일본어 제목 ‘야만의 시대’)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지은 김종철 전 한겨레 기자(서강대 특임교수)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독재 정권 시절 조작됐던 ‘반국가 단체’라는 불명예를 이제 우리가 벗겨줘야 한다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29일 일본 도쿄 아라카와 한 호텔에서 열린 ‘야만의 시간’ 일본어판(일본어 제목 ‘야만의 시대’, 도지다이샤, 김종철 지음, 허경민·임종인 번역)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쓴 김종철 전 한겨레 기자(서
메이저릴게임사이트 강대 특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 한국 독재 정부에 맞서 해외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재일동포 사회단체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에 대해 “오랫동안 해외에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해왔는데도 영광이나 보상은커녕 ‘간첩 조작 사건’에 휘말려 반국가단체라는 멍에를 쓴 채 수십년 넘게 명예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출판기
알라딘게임 념회 현장을 가득 메운 한통련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일 시민 70여명도 한통련의 기막힌 처지에 공감했다. 김 전 기자는 지난 14일 출간된 일본어판 ‘야만의 시간’에 대해 “책은 일본에서 조국의 민주화와 평화 통일을 위해 일해온 한통련에 관한 것이자, 한국 민주화를 위해 손잡아온 한·일 시민들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지난 50여년간(전신 ‘한
야마토통기계 민통’ 포함) 한통련을 제대로 다룬 책이 없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올바른 평가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2023년 8월15일 한국에서 ‘야만의 시간’이 출간된 뒤, 이번에 1년3개월여만에 일본어판이 빛을 보게 됐다.
재일동포 사회단체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
온라인릴게임 연합)의 아픈 역사를 다룬 책 ‘야만의 시간’ 일본어판.
재일동포 사회단체인 한통련의 아픈 역사는 과거 한국 군사 독재 정권들의 ‘야만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다. 한통련 전신인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는 1973년 한국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일동포
오리지널골드몽 들과 힘을 합쳐 유신 독재로부터 민주화 회복과 남·북 통일을 목표로 만든 단체다. 당시 한민통 발기대회 일주일을 앞두고 박정희 정권이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일본에서 벌인 ‘김대중 납치사건’을 일으켰다. 하지만 한민통은 굴하지 않고 도쿄 히비야공회당에서 발기선언대회를 열어 ‘김대중 의장’을 선출했다. 이어 ‘김대중선생 구출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그가 일주일여만에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오는 데 큰 구실을 했다. 또 이들은 해외에서 벌이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신호탄 구실을 했다. 1976년 일본에 16개국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한국민주화운동 관련 첫 국제회의인 ‘한국문제 긴급 국제회의’를 개최했고, 이듬해 유럽·미국 등 해외 동포들의 반독재민주화운동 조직인 ‘민주민족통일해외한국인연합’(한민련) 결성을 주도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민주화·반독재 투쟁에 깃발을 꽂은 한민통은 박정희 정권에게는 또하나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이들에게 향한 칼날은 1977년 ‘재일동포 김정사씨 간첩 조작사건’ 당시 검찰이 한민통을 ‘반국가단체’로 엮는 거짓 공소장으로 비수가 되어 꽂혔다. 공소장에는 김씨가 “이 단체(한통련) 간부이자 대남 지도원인 임계성의 강연을 듣고” 간첩 활동을 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증거 조작으로 점철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결국 김씨에게 징역 10년, 함께 기소됐던 유성삼씨에게는 징역 3년 6월을 최종 선고했다. 아울러 검찰 쪽이 주장했던 ‘한민통은 반국가단체’라는 주장마저 판결문에 포함됐다.
이런 탄압이 반민주 독재 정부에 대한 이들의 싸움을 멈추지 못했다. 이들은 전태일과 어머니 이소선의 투쟁을 그린 영화 ‘어머니’(1978년)를 제작해 일본 전역 상영을 통해 4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 때이던 1980년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에 대한 구명운동, 1983년 야당 지도였던 김영삼의 민주화요구 단식투쟁 때 지지 시위에 앞장섰다.
이후 한국에선 오랜 투쟁을 통해 독재 정권이 막을 내렸고, 1989년 한민통이 ‘한통련’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모국을 위해 해외에서 헌신했던 한통련은 한국의 민주화 이후에도 악랄하게 조작된 ‘반국가단체'라는 틀을 지금도 벗지 못하고 있다. 조작 사건의 본류였던 ‘김정사 간첩 조작사건’은 지난 2010년 3월 진실화해위원회가 민간인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의 장기간 불법 구금, 구타, 물·전기고문 등 가혹 행위에 따른 허위자백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확인했다. 이듬해 서울고법 형사 8부도 피해 당사자인 김정사와 유정삼씨가 청구한 재심 재판에서 이들을 무죄를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한민통과 관련해서는 “김씨가 일본에서 한민통 대표를 만났을 때 그가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단체와 사건의 관련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한통련에는 누구도 ‘반국가 단체’라는 딱지를 떼주지 않고 있다. 지난 2004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재심 때, 2010년 김정사씨의 재심 때 법원이 이 문제를 바로 잡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진화위 등 정부 조직도 진보·보수 정권 가리지 않고 한통련의 억울함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무 잘못없이 주홍글씨가 새겨진 한통련은 손형근 의장을 비롯해 지금도 주요 간부들이 한국 여권 발급 등에서 차별적인 각종 제약을 받고 있다.
일본 도쿄 아라카와 한 호텔에서 열린 ‘야만의 시간’ 일본어판(일본어 제목 ‘야만의 시대’) 출판기념회에 한·일 시민 7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손 의장은 “저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하는데 (한통련이 반국가단체로 취급받는) 억울함이 계속 됐다”며 “제 여권의 회복, 한통련의 반국가단체 지정 해제, 국가보안법 철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인 한통련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전 국회의원)도 “한국의 민주화는 아직 완성되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 한통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들이 명예롭게 한국에 오고, (반국가단체라는 잘못된 판결에 따른) 그동안의 고생에 대해 소송을 통해 국가 배상을 받을 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저자인 김 전 기자는 한통련 문제 해결을 통해 삐뚤어진 역사의 일부분까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그는 한국어판 ‘야만의 시간'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통련 사건은 독재정권 시절에 있었던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일이다. 일본에 사는 ‘그들의 일’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우리의 과제다.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한 이들에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반국가단체라는 붉은 딱지를 붙인 것은 독재자의 한국 정부였으나, 지금까지 그들을 각종 차별 속에 방치해두고 있는 것은 민주화된 한국사회다.”
도쿄/글·사진 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