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최초로 2024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은 소설가 양솽쯔의 '1938 타이완 여행기'가 최근 한국에서 출간됐다. ⓒYJ Chen


"식민주의와 불가능한 우정에 대한 장대한 이야기."
2024년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한 양솽쯔(41)의 장편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에 대한 심사평이다. 타이완 작가로는 처음 이 상을 받은 양솽쯔는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고 화답했다.
소설의 배경은 일제가 국가총동원령을 내 바다이야기게임기 렸던 1938년 식민지 타이완이다. 일본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는 자신의 소설 '청춘기'를 각색한 동명 영화가 타이완에서 상영되자 타이완 총독부 초청을 받아 타이완을 방문한다. 통역을 맡은 왕첸허와 함께 1년간 타이완 곳곳에서 보고 듣고, 현지 미식을 만끽하는 이야기. 소설은 단순한 여행기나 미식소설에 그치지 않는다. 두 여성은 식민자와 피식민자, 고용주와 황금성사이트 고용인으로 얽혀 있다. 역사소설이자 연애소설로도 읽힌다. 우리를 "아오야마와 왕첸허의 관계 속으로 초대하는, 일제강점기로 초대하는, 미식의 세계로 초대하는, 그리고 오늘날의 타이완으로 초대하는 초대장"(김이삭 번역가)이다.

타이완 정체성 보여주는 미식의 향연
2020년 출간된 '1938 타이완 여행기 바다이야기무료 '는 이듬해 타이완 최고 권위의 금정상을, 2024년 일본번역대상을 받았다. 같은 해 영문판이 출간되기도 전 후보에 올랐던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하면서, 비주류였던 타이완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1938 타이완 여행기·양솽쯔 지음·김이삭 옮김·마티스블루 발 골드몽릴게임릴게임 행·464쪽·1만8,800원


소설은 먹성을 타고난 미식가 아오야마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의 식탐은 "이렇게 많이 먹다니, 완전 요괴잖아", "보타모치를 한입에 먹어 치우는 여자라니. 대체 어디서 신랑을 구하겠니?"라는 면박을 살 정도. 타이완 종관철도를 타고 낯선 여행지에 내릴 때마다 그는 어김없이 한국릴게임 왕첸허에게 묻는다. "여기 주변에는 맛있는 게 없나요?"
타이완 전통 요리부터 길거리 간식, 내지인(일본인)의 음식까지 12가지 메뉴의 이름을 딴 12부로 소설은 구성됐다. '먹겠습니다! 옛 타이중: 역사소설가의 거리 음식 답사' 같은 책을 쓴 미식 작가이기도 한 양솽쯔는 맛깔스러운 음식 묘사를 잔뜩 부려놓는다. 음식 답사를 충실히 하는 탓에 작품을 하나 끝낼 때마다 살이 10㎏씩 붙는다고.



'1938 타이완 여행기'에 수록된 타이완 종관철도 노선. 마티스블루 제공



日 작가와 台 통역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소설은 미식이나 아름다운 풍광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에도 눈감지 않는다. 식민주의, 계급, 젠더의 문제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인 양솽쯔는 일제강점기를 무대로 여성 간 사랑을 소재로 한 역사 백합소설을 쓰는 데 일가견이 있다. 사실상 그가 개척한 장르다. 이번 소설은 타이완역사소설 공모전 소식을 접한 후 '타이완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일본인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이유다.
양솽쯔의 오랜 팬으로 이 소설을 기획·번역한 김이삭 번역가는 "일제강점기 타이완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일본어 자료를 살펴봐야 한다"며 "그러나 제국의 언어로 작성된 자료이기에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아오야마의 시점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를 옮긴 김이삭 번역가는 "2020년 타이완 작가로부터 양솽쯔 작가의 작품을 추천받아 처음 접한 후 언젠가는 이 작가의 작품을 반드시 한국어로 소개하리라 결심했다"고 했다. ⓒ김재민


실제로 아오야마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딘가 익숙한 불편함을 마주하게 된다. 아오야마는 소설이 제국의 선전 도구가 된다면 "펜을 버리고 도망가겠다"면서도 "제국의 강경한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삶을 윤택하게 하는 철도 등의 건설 사업은 칭찬할 수밖에 없다"거나 "제국이 강제로 옮겨 심은 벚나무는 불쾌하지만, 아름다운 벚꽃에는 죄가 없다"고 늘어놓는다. 거북해하는 왕첸허의 기분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저 '친구가 되고 싶다'며 끊임없이 왕첸허에게 추파를 던지고, 거듭 낙담할 뿐. 두 사람은 어긋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양솽쯔' 동생에게 바치는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에는 특별한 구석이 또 있다. 양솽쯔의 본명은 양뤄츠다.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와 창작을 함께하면서 지은 공동 필명이 양솽쯔였다. 솽쯔(?子)는 쌍둥이라는 뜻. 2015년 양뤄후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양뤄츠는 양솽쯔로서 계속 쓰고 있다. 평생 글을 쓰라는 동생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서다.
소설의 끝에 양솽쯔에서 동생을 맡고 있는 뤄후이가 쓴 역자 후기가 실려 있다. "나의 쌍둥이 언니, '솽쯔' 중 뤄츠에게 감사를 전한다. '솽쯔' 중 뤄후이인 내가 이 책을 번역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우리 둘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물론 허구다. 이 대목은 세상에 없는 동생을 앞세워 언니 '양솽쯔'가 썼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