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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초기 북한군이 행주 선착장을 점령한 사실을 모르고 개성에서 후퇴하던 국군 13연대가 서울에 진입하는 것을 목숨 걸고 저지해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6·25 참전영웅 고(故) 임방택(소설 속 이름 ‘임복택’) 중사의 파란만장한 가족사가 장편소설로 탄생했다. <문화일보 2024년 6월24일 29면 ‘북한군 서울진입 알려 국군 수백명 목숨 구해’ 참조>
일제강점기 일본 징용 지역과 6·25전쟁 월출산을 무대로 한 좌·우익의 살육전, 낙동강전투가 소설 배경이다. 임 중사의 가족사는 격동의 현대사 축소판으로, 국경을 초위다스 주식
월한 사랑과 좌우익 진영 전쟁의 살육전, 골육상쟁은 시종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임 중사의 아들 임창진 GS행정사 대표(전 대한행정사회 부회장)는 부친이 1983년 간암으로 작고하기 6개월 전부터 투병기간 작성한 참전수기 육필원고를 토대로 10여년 간 전쟁으로 희생된 부친과 친척들의 발자취를 추적해 실화소설 ‘남쪽에서 뜨는 달’(시정신문대한유화 주식
刊)을 세상에 내놓았다.
전남 강진 출신 임 작가의 첫 소설이다. 소설가 이광복 씨는 “주인공이 2차대전 전후 징용으로 건 일본에서의 생활, 해방 직후 조선인환국(還國)대기소에서 반강제 로 귀국하게 되면서, 일본인 친구 나카죠 에이치와 약혼자 타케시마 후사코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사라지는데, 유복자를 남겨둔 채 숨을 거두며 후사코가 남긴 신규 릴게임
말 한마디, ‘남쪽 끝에서 달이 뜨는 동네’ 이른바 월출산을 찾아가는, 혈연의 끈을 추적하는 과정이 참으로 문학적이고 감명 깊게 다가온다”고 평했다.
일제강점기 아버지(석출)를 따라 일본 나고야 군수공장을 다니게 된 주인공 복택(일본명 ‘하야시 후타쿠’)이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일본인 후사코와 동거한 지 석달 만에 일본제국이 패망하면서 6파칭코
형제를 둔 석출의 가족은 전원 귀국하려 한다. 고향에 대한 기억이 가물하고 한국말도 못하던 복택은 형제처럼 우정을 나눈 일본인 절친 나카죠의 권유로 아내 후사코를 위해 일본에 남을 것을 맹세한다. 하지만 가족을 배웅하러 함께 탄 ‘조선인 환국열차’는 나가사키 ‘조선인 환국대기소’에 도착하고, 미군이 철조망 밖 출입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복택은 수송선에 실려 아리랑K100EW 주식
원치 않은 귀국을 한다. 포로수용소를 닮은 조선인 환국대기소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시설로, 임 작가가 부친 수기를 토대로 발굴해 당시 상황을 재현해냈다.
귀국해 국방경비대에 자원한 복택은 6·25전쟁 발발 직전 광주에서 동두천 7사단 1연대 2대대에 전속 가고,전쟁발발 하루 전 서울 첫 외박을 나왔다가 부대로 복귀한다. 임 중사는 부대 복귀 후 연대 헌병대위와 탄약고를 폭파하고 후퇴하면서 낙오병이 된다. 피난민에 섞여 인민군이 장악한 사지를 뚫고 죽을 고비를 무수히 넘기고 천신만고 끝에 낙동강 전선에 국군과 합류한 임 중사는 적진 침투 정찰임무 등을 수행, 역전노장으로 혁혁한 전공을 세우지만 손발에 총상을 입고 후송된 뒤 1951년 1월 제1상이군경이 돼 2개의 훈장과 1개의 상이기장을 받고 3년의 군생활을 접고 전역한 다. 이후 고향마을 강진군 성전면 지서(파출소)에서 차석 경찰직을 맡게 된다.
고 임방택 이등중사가 작고하기 직전인 1982년 쓴 육필 참전수기(오른쪽)와 군사판찬연구소가 2005년 발간한 ‘북한의 전면남침과 초기 방어전투’ .주요전투 장면 등 많은 내용이 일치한다. 임창진 작가 제공
월출산 아래 인정 많던 월산부락 주민들도 인민군과 국군·경찰로 주인이 바뀌면서 좌·우익 갈등 속 살육전이 전개되는 동물의 세계가 변한다. 임중사의 형 일택은 나고야에서 셋째 동생이 집 앞에서 놀다 일본군 장교가 탄 오토바이에 치여 평생 굽은 등을 안고 살게 되지만 일본군 장교는 아이가 조선인임을 확인하고 치료비조로 몇푼 던지고 가버린 것을 목격하면서 인생관이 바뀐다. 식민지 백성으로서 처절한 굴욕을 경험한 일택은 일본을 이기기 위해 공부에 몰두하고 도쿄 명문 메이지 대학 수석 입학부터 단 한번도 수석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사회주의 철학에 몰두한다. 귀국 후 교사로 일하며 좌익 딱지가 붙어 경찰 감시를 받던 일택은 인민군 진주 후 반강제로 강진군 성전면 선전부장이 되고 중국에서 사회주의를 경험한 석출의 동생 석필은 마을 인민위원장이 되고, 좌익 의용경찰들은 우익인사와 죄없는 주민들을 즉결 처형한다. 인천상륙작전 후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우익 경찰이 차지한 월산부락은 석필은 물론 석출까지 연좌제로 즉결 처형한다. 월출산 빨치산이 된 일택은 동생의 권유로 자수하지만 이송 도중 29세의 나이에 전쟁이 끝나기 열달 전 즉결 처형당한다. 임 중사는 전쟁이 끝난 후 형과 숙부의 죄를 대신 짊어지겠다는 마음 하나로 국가보훈 대상자 신청도 않았는데, 육십줄에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수기를 쓰게 된다.임 중사는 6개월간의 투병 기간 자신의 인생사를 공책에 담담히 적었고, 이 기록은 2024년 11월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관의 국가 기록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작가는 IMF 경제 위기 속 미국에서 방황하다 귀국해 주인공의 이야기를 접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가족의 얘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한편 하야시의 아이 은희롤 낳은 후사코는 ‘남쪽 끝, 큰 산 밑에 달이 뜨는 동네’란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나카죠가 입양한 은희는 일본 다이하쓰 회사 직원으로 아시아 자동차가 있던 광주에 출장을 오고, ‘아버지 친구 ’를 만나 편지를 건네달라는 나카죠 말에 따라 월산마을을 찾아간 날, 복택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장례식을 떠난 은희가 아빠의 편지를 꺼낸 순간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소설은 가족 내에 숨겨져 있던 진실과, 좌우 이념 갈등 속에서 희생된 아버지와 형의 이야기를 통해 격동기 좌우 진영 갈등의 현대사의 아픔을 생생히 들려준다.임 작가는 “이 소설은 단순한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꼭 알아야 할 역사와 희생의 기록”이라며 “이념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정오씨는 “간결한 문체로 이야기를 긴장김 넘치게 풀어내며 감동적으로 대단원을 도출한 수작으로 구성이 단단하고 흡인력 있는 문제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임 작가는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념이 서로 다르다고 원수를 대하듯하지만 이념이 어느 한 사람의 삶과 미래보다 결코 위대할 수 없다”며 “이념이 평화보다 중요하지 않으며 우리의 인생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