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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이송희일 영화감독]
▲ 10월21일 연합뉴스 유튜브 '땡볕에 케이지 갇혀 100분… 방사 순서 기다리던 황새 결국 폐사' 영상 갈무리.
황새가 죽었다. 방사 이벤트가 열리는 동안 땡볕 속에 그냥 방치됐다. 김해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자화자찬의 연설을 늘어놓던 그 100분은 황새에게 죽음을 재촉하는 학대의 시간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보여주기 식의 '방사쇼'가 낳은 어처구니없는 사달. 김해시는 전문가 의견을 구했다고 변명했지만 누가 봐도 방사 자체를 지체 높으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발표 분들의 의전 이벤트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애초의 목적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과연 황새 복원이 목적인가? 아니면 과시용 전시행정이 목적인가?
그러고 보면 반세기 동안 달라진 게 없다. 한국전쟁과 밀렵으로 사라졌던 황새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1971년. 동아일보는 '충북 음성에 황새 1쌍이 4개의 알을 낳고 살고 있다'고 무책임하게 보도했 대출한도 고, 뒤이어 밀렵꾼 이용선이 수컷 황새를 쏘아 죽였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신경통에 좋다며 황새알 두 개를 훔쳐 먹었고 나머지 두 알은 부화에 실패했다. 수컷을 잃은 '과부 황새'는 농약 중독으로 구조됐다가 1994년 동물원에서 홀로 생을 마감했다. 마지막 황새 가족이 절멸되는 데 모든 사회가 조력한 셈이다.
밀렵꾼 이용선은 법원에서 “ 저축은행 연체 나 하나의 실수로 인해 오히려 우리나라 자연보존의 불씨를 당겨주었다면 천만다행”이라는 망언을 남겼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 학계와 연구자들이 인공번식에 성공했고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그러다 그 귀한 황새의 목숨이 높으신 분들의 치적 과시를 위해 희생된 것이다.
먼저 '멸종-복원' 프로그램에 내장된 저축은행공무원신용대출 생태학적 모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생태학자 애슐라 도슨은 특정 동물에 한정된 멸종 복원 프로그램이 자연에 대한 또 하나의 식민화라고 지적한다. 특정의 멸종 동물들만 예외적으로 조명하고 복원하는 과정은 오히려 자연 위에 군림하는 인간이라는 서사에 또다시 정당성을 부여할 개연성이 높다.
인도의 모디 총리가 추진한 뱅골 호랑이 복원 프로그 사업자신한은행대출 램이 대표적이다. 조상 대대로 숲속에서 살아오던 선주민들을 추방하며 복원이 진행됐는데, 이는 부자와 백인들의 사파리 관광을 위해 기획된 것이다. 1936년 멸종된 호주 태즈매니아 호랑이 복원 계획도 마찬가지다. 헐리우드 배우들과 투자 기업은 물론 유명 환경단체들까지 가세한 이 복원 사업은 19세기 영국 자본주의가 양모산업을 위해 태즈매니아 호랑이를 멸종시켰던 식민 폭력의 역사를 은폐한 채 또다시 부자 백인들의 힘을 자랑하는 수단이 됐다.
▲ 2023년 4월17일 KBS뉴스 '인도, 멸종위기 야생 호랑이 개체 수 증가' 보도 갈무리.
북부 흰코뿔소, 도도새, 털매머드 등의 멸종 동물을 복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기금을 조성한 생명공학 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행보는 더욱 노골적이다. 유명 배우들과 정치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복원을 찬양하지만 결국 이들이 노리는 것은 생명공학 시장과 '쥬라기 공원' 같은 미래 관광자원, 그리고 생명 통제를 통한 권력과 부의 과시에 지나지 않는다.
이뿐 아니다. 특정 멸종위기종의 복원 프로그램은 중요한 질문을 사라지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누가 그 동물들을 멸종시켰는가? 과연 어떤 체제가 생태계를 파괴하며 제6의 대멸종을 부추켜 왔는가? 그리고 과연 그 생태계는 정말로 복원되고 있는가?
황새와 같은 인기 조류가 복원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사라지는 대부분의 조류들은 눈길을 끌지 못한다. 가령, 유럽 농경지 조류 개체수는 1980년 이후 61% 감소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1966년부터 2013년까지 농지 조류의 74%가 사라졌다. 국내 역시 2020년 기준 조류 63종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다. 다시 말해 서식지 파괴, 기계화 증가, 살충제 사용 등 조류 멸종의 조건들이 더욱 심화되는 형국이다. 인기 조류의 복원 행사에 카메라 셔터가 집중되는 동안, 다른 인기 없는 조류와 동물들은 소문없이 멸종되고 우리의 생태계는 정처없이 황폐화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전국 지자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의 산과 바다마다 케이블카, 산악열차, 신공항, 골프장 등 온갖 토건 전시행정을 밀어부치며 생태계를 무참히 파괴하면서도 한편으론 황새 복원으로 호들갑을 떠는 기막힌 역설. 다시 말해 예외적 복원이 생태 파괴의 알리바이로 기능하는 은밀한 환경 워싱.
물론 황새 복원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복원이 있다. 바로 생태계 복원이다. 황새뿐 아니라 다른 새들도 멸종되지 않도록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에 앞서, 비인간 존재와 함께하려는 공존 감수성의 복원이 절실하다. 당연히 이런 감수성의 부재가 저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방사 이벤트의 원인이다. 공존의 감각이 복원되지 못하는 한, 오늘은 황새가 새장 밖으로 끌려나왔지만 내일은 인간이 될 것이다. 이것이 학대당하다 죽은 황새의 준엄한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