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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분재원의 분재나무.
대성분재원의 분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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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읍의 화서울옥션 주식
훼단지와 분재원= 창원시 동읍 송정리 창원과 진영을 잇는 국도변에는 크고 작은 화훼단지들이 많다. 대체로 하우스시설로 야생화와 관엽식물을 비롯 열대성 다육식물 등을 배양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가장 큰 규모로는 영농조합법인 동창원식물원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다양한 식물을 구경하며 야생화의 향기에 취할 수 있어 좋다. 특히 겨울철에는 안방처성신양회 주식
럼 훈훈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겨울꽃을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애기동백, 수선화, 시클라멘, 포인세티아, 칼랑코에, 군자란 같은 꽃들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접하고 있는 분재원을 들르게 되었는데 거기서 분재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겼다. 사람의 정성과 손길에 의해 놀랍도록 변모한 분재나무를 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분재는 단순한 식물 감상이 아니라 동서 주식
자연과 삶, 시간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는 살아있는 예술작품이었다.
◇대성분재원의 터줏대감 조선 향나무= 동창원식물원 바로 옆에 대성분재원이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목련과 왕벚꽃이 반갑게 인사한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왕벚꽃이 피어 있었고 목련은 작은 봉오리를 달았지만 꽃샘추위로 미처 만개하지 못하고 떨어졌다. 덜 익은 비릿한 생을 받는 땅의 손이 아프겠다 싶었는데 마침 수선화가 활짝 피어 땅을 위로했다. 대성분재원 김대성 대표는 국가 공인 분재전문관리사이며 (사)한국분재조합회장으로 분재의 대가다. 하우스 두 동에 가득 찬 분재를 돌보는 일은 그의 천직이다. 분재와 교감한 세월이 오래되니 이제 분재의 겉만 봐도 속을 알고 말귀도 알아듣는다. 목마르다 하기 전에 물 주고 팔 저리다 하기 전에 감긴 철사를 풀어 준다. 그가 아끼는 수령 130년으로 추정되는 조선향나무는 대성분재원의 터줏대감이다. 조석으로 문안인사를 건네는 사이지만 기념촬영을 위해 곁에 바짝 붙어 서라 하니 좀 쑥스러운 표정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 나무와 사람이 닮아 있다. 가지만큼 늘어난 주름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관록이며 훈장이다. 그가 건넨 작은 명자나무 화분은 비록 꽃은 졌으나 필자의 사무실 탁자 위에서 건강한 상태로 잘 자라고 있다. 잘 관리해서 내년 봄에 꽃을 피워 볼 작정이다.
한국자연예술원의 모과나무분재.
한국자연예술원의 모과나무분재.
◇명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사나무 분재= 한국자연예술원은 대성분재원과 나란히 붙어 있다. (사)한국분재협회 중앙회 김봉열 회장이 운영하는 분재원이다. 미리 방문 요청을 하고 들어서니 기다린 듯 반갑게 맞아주셨다. 야생화 재배장에는 파종해서 올라온 신아와 갓 옮겨 심기한 야생화 화분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했다. 식별할 수 없는 향기가 사방에서 풍겼고 연두색 잎들을 매단 어린 묘목들이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분재원에도 크고 작은 분재나무들이 잘 정렬되어 있었는데 특히 산호초를 연상케 하는 소사나무 분재가 많았다. 그중에서는 분재전시회에 출품하여 입상한 뛰어난 가치와 작품성을 곁들인 분재도 여럿 있었다. 수령이 50년은 넘었을 것이라는 모과나무 분재는 꽃이 피었다. 김 회장은 작년에 20개가 넘는 모과가 달렸다며 그 모과로 담근 차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상상만으로도 그윽한 모과 향이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인고의 세월이 축약된 소사나무 가지에서 연두색 이파리가 쌀알처럼 돋아 있었다. 소사나무는 낙엽활엽수로 자그마한 잎과 빼어난 수형 덕분에 정원수나 분재용으로 인기가 높단다. 특히 가을에 노랗고 붉은 단풍이 매우 아름답다며 가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그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소사나무 단풍 같았다.
분재원에 소사나무가 많은 걸 보니 그가 소사나무를 특히 좋아하는 모양이다. 화분에 심어진 분재 외에도 노지에서 배양 중인 어린 묘목들도 많았다. 그의 애착이 나무 하나하나에 지문처럼 묻어 있었다. 김 회장은 인고의 분재예술로 대한민국 최초 명인의 반열에 올랐으니 분재나무에 목매달고 죽어도 좋을 사람이다.
◇수목디자이너의 송(松)나라= 소나무 전문농장 송나라는 한국자연예술원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소나무 전문 농장이라는 안내표지판과 송(松)나라 간판이 붙은 농장으로 들어서니 제일 먼저 희귀한 형상의 운치 있는 소나무가 필자를 맞았다. 소나무 꼭대기에 학이 한 마리 앉아 있어 깜짝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 조형물이다. 조형물 치곤 매우 실감 있게 제작 설치되어 모르는 사람은 한 번쯤 속을 만도 하다. 송나라 농장은 노지에서 주로 정원수를 배양하는 농장이다. 주종인 소나무와 향나무를 비롯 곰솔, 진백, 주목, 단풍, 수향회화나무 등 수종이 다양했다. 수령이 제법 오래된 거목들도 눈에 들어왔다. 언제든 옮겨심기만 하면 될 정도로 수형을 완전하게 갖춘 개성 있는 정원수들이었다. 송나라를 운영하는 이철호 대표는 작년 창원의 집에서 분재전시회를 개최하며 필자를 초청한 적이 있다. 덕분에 명품분재를 감상할 수 있었고 분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는 수목디자이너로서 소나무 분야에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장인이다. 현재도 농장 안에서 소나무강습생을 모집해 이론과 실습 현장체험 등을 통해 정원관리사와 수목 디자이너를 양성한다. 불가사리가 헤엄을 치는듯한 수형의 수향회화나무나 심장의 혈관같이 가지를 뻗은 뽕나무는 단언컨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명품 수작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잡목도 아름다운 고품격의 정원수로 변하니 나무가 그를 만나면 운명이 아름답게 디자인된다.
송나라 이철호 대표가 소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송나라 이철호 대표가 소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송나라의 애기단풍나무.
송나라의 애기단풍나무.
송나라의 수령 50년 된 모과나무분재.
송나라의 수령 50년 된 모과나무분재.
◇소나무는 지조 있는 선비의 나무=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러 절개 불변 장수 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지조 있는 선비의 나무다. 강인한 생명력과 의지를 나타내기도 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특히 자연스러운 굴곡과 유려한 가지 형태는 자연미와 고요한 품격까지 갖춰 정원수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소나무를 분재로 키우면 노송의 기품을 축소화해서 즐길 수 있어 좋다. 솔잎과 송진에서 나는 향은 상쾌하고 안정감이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정서적 치유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송나라 이철호 대표는 우리나라에 소나무만큼 흔한 나무도 없지만 그만큼 기품 있는 나무도 드물다고 단언한다. 수형이 좋은 잘 키운 소나무는 어느 정원에 심어도 다른 정원수에 비해 돋보인다. 잘생긴 소나무 한그루가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이 된다.
회산분재원 김종두 시인 자택의 나무.
회산분재원 김종두 시인 자택의 나무.
회산분재원의 명자나무 묘목.
회산분재원의 명자나무 묘목.
◇농부 시인의 분재 인생 회산분재원= 동읍 남산리에 위치한 회산분재원은 시인 김종두 선생이 운영하는 곳이다. 분재원 입구에 세워진 표지석엔 운경정(耘耕亭)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는데 운경은 선생의 호(號)다. 분재하우스 2동과 약 2000평의 부지에 다량의 명자나무가 심겨져 있고 철쭉 종류와 매화나무도 배양 중이다. 매년 봄 명자나무 꽃이 피면 남산리가 명자나무 꽃향으로 그윽하다.
선생은 분재나무 묘목을 포기 나눔하거나 대량재배하여 염가로 판매한다. 회산분재원 바로 옆에는 선생의 자택이 있는데 2층은 선생이 고문으로 있는 가락문학회의 공부방으로도 활용된다. 매년 3월 중순이나 4월 초 명자나무 꽃이 만개하면 회원들이 모여 공부방을 열거나 시낭송을 한다. 건물을 신축할 때 외벽을 대리석으로 시공하며 선생의 시와 시조 시인 홍진기 선생의 시를 새겼다. 시인은 분재 가꾸기를 하며 자유시 쓰기에 몰두하는 농부 시인이다. 또한 선생은 오랜 경륜을 쌓은 원로 분재작가로서 작품성이 뛰어난 분재 작품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분재에 대한 기본상식= 분재는 화분에 나무나 식물을 심고 가지와 뿌리의 생장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자연의 풍경을 축소된 형태로 표현하는 예술적인 원예방식이다. 분재는 수형을 통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를 가지치기, 철사 걸기, 뿌리치기 등을 통해 표현한다. 분재를 심는 화분은 나무와 조화를 이루는 크기, 색상, 질감 등을 고려해야 미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분재에 자주 쓰이는 나무로는 소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철쭉, 느티나무, 모과나무, 소사나무 등이 있다. 이외에도 꽃이나 열매가 피는 작은 관목들도 많이 활용된다.
◇분재의 배양 및 관리 방법= 분재 배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주기다.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겉흙이 마르면 주는 게 기본이다. 물은 화분 밑으로 흐를 때까지 흠뻑 주는 게 좋다.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은 하루 최소 4시간 이상은 햇볕이 필요하다. 실내에서는 창가나 베란다 등 통풍이 원활한 곳이 좋고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피하는 반그늘이 적격이다. 수형 유지를 위한 가지치기는 성장기는 봄부터 초여름에 하고 겨울에는 강한 전정도 가능하다. 잘 자란 가지를 v자 형태로 잘라 줘야 다시 예쁘게 자란다. 원하는 모양으로 휘어주는 철사걸이 작업은 봄가을에 한다.
철사는 수형이 어느 정도 잡히면 곧바로 풀어줘야 흉터가 남지 않는다. 분갈이는 일반적으로 2~3년에 한 번 봄, 가을에 해 준다. 생장기에는 유기질비료나 액비를 줘도 무방하며 더러 진딧물이나 벌레가 생기면 물로 씻어내거나 원예용 약제를 살포하면 된다. 초보자는 내성이 강한 단풍나무나 잘 휘어지는 향나무 또는 비교적 관리가 쉬운 명자나무로 분재 가꾸기에 탄력을 붙여보는 게 좋다.
◇분재는 자연을 그리는 살아있는 조각예술= 사람도 화장하고 단장하면 곱고, 민낯으로 아무 옷이나 걸치면 볼품없다. 적당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매끄러운 몸매를 가진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틔어 나온 광대뼈와 주걱턱을 깎고 잘라내는 양악수술은 놀랍도록 외모를 변형시킨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가지치기를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수형을 만들어 잘 배양하면 보기 좋고 자태도 빛난다. 그러나 방치하고 그냥 내버려 두면 엉망진창으로 엉겨 잡목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나무는 사람과 달라 스스로 가꿀 수 없어서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나무의 운명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무를 대하는 안목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되어야 나무를 아름답게 변모시킬 수 있다. 사람과 나무와 자연과의 교감이 중요한 분재는 자연을 그리는 살아있는 조각예술이다.
김시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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