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삼매경’(함세덕 작, 이철희 재창작·연출), 극단 하땅세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정승진·오에바다 작, 윤시중 연출), 극단 동 ‘묵티’(김윤식 작, 강량원 연출) 등 세 편이 한국연극평론가협회(회장 이화원) 2025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됐다.
‘삼매경’은 “원작의 확장, 증폭과 재창조의 모범”, ‘걸리버 여행기…’는 “크고 작음, 주체와 대상을 자의적으로 구분해온 인식 관습을 낯설게 비틀어 보여준 작품”, ‘묵티’는 “결혼 이주 여성, 난민 등 외국인 망자의 영혼을 불러내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탐색했다”는 평을 받았다. 협회는 “지난해 12월부터 1년간 게임몰 무대에 오른 연극 중 완성도 높은 공연미학으로 한국 연극에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을 뽑았다”고 했다.
◇‘동승’은 해탈했을까… ‘삼매경’



/국립극단


국립극단의 ‘삼매경’(함세덕 작, 이철희 바다이야기합법 재창작·연출)은 1991년 당시 함세덕의 연극 ‘동승’에서 출발한다. ‘어린 도념’ 역을 맡았던 실제 배우 지춘성은 육순(六旬)이 된 지금도 ‘도념’으로부터 해탈하지 못한 채 34년을 살았다. 그 배우의 자의식과 내면 세계를 원작 ‘동승’과 도념으로 분한 지춘성의 ‘동승의 세계’를 오가며 불교적 관점에서 재창작한 작품이다. 김건표 평론가(대경대 교수)는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연극적 언어와 형식적 문법으로 원작을 확장하고 증폭시켜 재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발전적으로 보여준 모범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인식 관습 비틀기… ‘걸리버 여행기’



/극단 하땅세


바다이야기고래출현 극단 하땅세의 신작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은 조너선 스위프트 작 ‘걸리버 여행기’의 고전 서사 구조를 실험적으로 변형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주인공 ‘바다’가 네 곳의 여행지에서 만난 인물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거인국을 여행한다. 황승경 평론가는 “하땅세 특유의 정교한 리듬과 유머가 공연을 경쾌하게 이끌지만 그 이면에 릴게임몰메가 타자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깊게 배치돼 있다”며 “조형물과 신체의 교차를 통해 발생하는 다층적 전환의 순간들이 우리가 ‘큰 것’과 ‘작은 것’, ‘주체’와 ‘대상’을 구분해온 인식의 관습을 낯설게 비틀어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주자 영혼을 위한 애도… ‘묵티’



/극단 동


‘극단 동’의 연극 ‘묵티’는 ‘이주의 길’을 따라 망자가 된 외국인 노동자, 불법 체류자, 결혼 이주 여성, 난민들의 영혼을 신화적인 신(神) ‘묵티’로 호명하며, 한국 사회 현실의 근본적인 문제를 탐색한 작품. 김기란 평론가는 “현실을 직시한 작가의 필력, 시적이며 극적인 대사, 정확한 행동 연기를 구현한 배우들의 절제된 신체 언어가 앙상블을 이룬 아름다운 공연”이라며 “연극 무대가 지닌 미학적 힘을 연약하거나 무책임한 것으로부터 구제한 연출의 시각이 돋보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공이모 올해의 작품상은 ‘엔드 월’



/대학로극장 쿼드, 사진가 이강물


연극 평론가들의 모임인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공이모·회장 이성곤)은 회원 투표를 통해 2025년 ‘올해의 작품상’과 ‘올해의 연극인상’을 선정했다.
작품상 수상작은 연극 ‘엔드 월(End Wall) -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하수민 작·연출). 2021년 ‘평택항 이선호 씨 사망 사건’을 토대로 노동자들의 죽음 후 기억과 기억이 만나 사고 당시를 더듬어가는 구성을 취하는 작품이다. 산재 사망 사고라는 비극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입장과 비극의 원인을 시적(詩的) 언어로 고찰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의 연극인상’에는 극단 코너스톤 이철희 연출가가 선정됐다. 2025년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와 ‘삼매경’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가장 도발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고전을 재해석, 재창조하는 연출가라는 평을 받는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0일 토요일 오후 4시 대학로 스튜디오 자유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