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쿠데타
12.3 내란의 밤을 잊을 수 있을까. 심장이 터질 듯한 분노, 온 머리칼이 솟는 듯한 공포,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참담함, 하지만 기적처럼 우리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킨다는 조건반사 저항과 반격이 일어났다. 여의도와 광화문을 덮은 빛의 혁명, 남태령 항전과 키세스시민단, 파면과 체포. 동시대를 산 사람의 뇌리에 영원히 각인될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1년이 됐다. 많은 게 혼미해졌다. 잊혀져 간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탄핵 당시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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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교체됐고, 3대 특검은 내란세력 청산의 주요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법정은 어느덧 내란 세력과 그 추종자의 놀이터로 변했다. 재판은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뺨친다. 윤석열과 김용현 등 내란 피고인은 대놓고 ‘개긴다’. 이들의 변호인은 예사로 재판부를 능멸하고 있다.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줄줄이 기각된다. 박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성재와 황교안, 한덕수 등 법조인과 김앤장 출신에 대한 영장 기각이 특히 눈에 띈다.
이 배경에 조희대 대법원의 ‘희대의’ 파기환송과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불법 석방이 자꾸 오버랩된다.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준 자가 그를 재판하는 광경은 기이하다 못해 초현실적이다. 이런 사법시스템을 그냥 볼 수밖에 없는 주권자들은 매일 모욕감을 느낀다 야마토릴게임 . 지귀연이 나중에 어떤 판결을 내리든 말든 지금의 재판 진행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내란 세력은 법정이라는 공간을 진지 삼아 사회와 지지 세력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은 사실상 이를 방치함으로써 사법부 불신은 상수가 돼 버렸다.
1년 전 윤석열의 불법 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이던 국민의힘은 여전히 내란 책임을 인정하지 않 바다이야기프로그램 고 반전을 꾀하고 있다. 당 대표와 지도부는 윤석열을 면회하거나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진짜 내란세력은 민주당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응답자의 30%가 공감하고, 청년층과 보수층, 국민의힘 지지자는 40~60%대에 이른다는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그러나 내란 세력은 이 결과에 고무하고 있 알라딘릴게임 을 것이다. 한편으로 부동산과 대장동 카드를 쥐고 내년 6.3 지방선거를 노린다. 이들에겐 100% 확률의 믿는 구석이 있다.



전두환 쿠데타의 주역들. 좌측부터 노태우, 전두환, 정호용.


군사반란수괴와 내란수괴 및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1995년 구속 기소된 전두환과 노태우는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확정됐으나 불과 7개월 뒤인 그 해 12월 특별사면된다. 박근혜는 2017년 3월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2년형이 확정됐으나 2021년 12월 사면됐다. 한 해 뒤인 2018년 구속기소돼 17년 형을 받았던 이명박은 2022년 12월 사면됐다. 이 잘못된 역사는 악인들에게 희망을 준다. 내란 세력은 누구보다 이 셈법을 잘 안다. “사형이고 무기이고 나발이고 아무리 길어봤자 5년”이라는 생각을 할 게 분명하다. 질질 끌면 기회가 온다는 버티기 작전이다. 이 극우보수 기득권 동맹세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궤멸 상태였으나 윤석열 카드로 부활한 적도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큰 흐름이 포착된다. 기득권 동맹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작전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잇단 ‘입틀막’과 ‘바이든-날리면’ 사태, 그리고 뉴스타파 등 비판언론을 향한 대대적 탄압도 그 중 하나다. 표현의 자유, 언론자유를 보장한 헌법과 법률을 사실상 헌신짝처럼 팽개쳤다. 윤석열 내란의 전조이자 시작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각종 언론 규제 기관을 동원한 공격은 형식적으로 합법을 가장했다. 이른바 저강도 쿠데타, 연성 쿠데타(Soft Coup)다. 하지만 윤석열-김건희 정권은 점점 궁지에 몰렸고, 급기야 무력을 동원한 강성 쿠데타(Hard Coup)를 일으켰다. 이 친위 쿠데타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 조기 진압되고, 주도 세력은 재판을 받고 있다. 새 정부도 출범했다. 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인지 못하는 사이 새로운 소프트 쿠데타가 마치 다단계처럼 스멀스멀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8일 칼럼에서 당시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과 국무총리 한덕수가 발표한 공동 담화문이 다단계 내란의 시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담화문에서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의 공백을 자기들이 차지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한덕수의 대권 행보, 국민의힘 권영세와 권성동의 대선후보 김문수-한덕수 교체 시도 등도 내란 세력의 플랜B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의 꿈은 사라졌지만 한동훈은 아직 남아있다. 11월 26일자 중앙일보 기사는 한동훈을 향한 주류언론의 기대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언론이다. 윤석열과 국무위원, 군부의 내란 세력은 어쨌든 단죄를 받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만들고, 그를 한없이 칭송하고, 결국 그를 내란에 이르게 한 언론은 내란 청산 대상에서 비껴나 있다. 그리고 내란 1년, 모든 게 흐릿해지는 그 배경에는 기득권 언론의 집요한 내란 청산 방해가 있다.
또 다른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언론
오늘(11월 28일) 해병특검 수사기간 150일이 끝났다. 3대 특검 중 가장 이르다. 모든 주류 언론이 해병특검을 질타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28일 온라인판 톱 기사에서 “33명 기소해 구속은 1명뿐, 180회 압수수색, 300명 조사…임성근만 구속 기소”라며 해병 특검을 사실상 조롱했다. 다른 주류 매체도 다 비슷하다. 사실 특검에 대한 적대감은 대다수 기득권 매체, 특히 조선일보에서 두드러졌다.
조선일보는 이미 지난 19일 ‘해병 특검’ 영장 90% 기각, 애초에 특검 할 일이었나”라는 사설을 통해 영장 기각율을 빌미로 특검을 공격했다. 검찰의 이른바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쿠팡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상설 특검이 수사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젠 뭐 하는지도 모를 특검을 하나 더 한다니”라는 사설로 비난하고 나섰다. 이 사설은 “특검은 정권 비리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때 하는 것이다.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특검은 정권을 잃고 죽은 정권을 수사하는 것이다. 일반 검찰에 시키면 더 잘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특검을 비판하기 위해 “검찰에 시키면 더 잘할 것”이라는 말까지 한다. 하지만 조선일보 사설은 지난 6월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 때 김건희 녹음파일이 나오자 “4년간 안 나오다 재수사 한 달 만에 나온 金 녹음 파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가 김건희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2020년 2월 뉴스타파가 경찰 내사보고서를 근거로 김건희 주가조작의혹을 보도하자 가장 극렬하게 김건희 ‘쉴드 치기’에 나섰다. 김건희 대변인이자 후견인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매체감시 독립언론사 ‘뉴스어디’의 보도에 조선일보의 눈물겨운 김건희 감싸기 행태가 낱낱이 들어있다.



2020년 2월 17일 뉴스타파가 김건희 주가조작의혹을 처음 보도한 뒤 조선일보는 뉴스타파 보도를 반박하고 김건희를 감싸는 기사를 쏟아냈다.(네이버 갈무리, 뉴스어디 재인용)


최근 뉴스타파는 김건희 특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건희가 그간 알려진 도이치모터스와 태광이엔씨 외에도 ‘네오세미테크’와 ‘슈펙스피엔피’ 등 다른 3개 회사 ‘작전주’에 손댄 사실을 보도했다. 물론 조선일보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사실 윤석열이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대권까지 차지해 권력을 휘두르게 된 배경에는 족벌 기득권 매체의 전천후 지원이 있었다. 윤석열 대망론을 띄우고, 위기 때는 최대한 방어막을 치고, 관상까지 동원해 윤석열과 김건희를 대통령과 영부인 자리에 적합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
사실 빈도 차이는 좀 있지만 중앙일보 등 다른 주류 기득권 매체도 다르지 않았다. 월간중앙의 2022년 6월 인터뷰 기사다. 제목은 “‘尹 대통령 은사’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본 ‘검찰과 정치’”다. 몇 대목만 보자.
“이른바 ‘칼잡이(특수통 검사)’로서 그렇게 많은 일을 철저하게 처리하고 경험을 쌓은 이들도 검찰 내에서도 그렇게 흔치는 않을 겁니다…일 처리가 합리적이고 똑 부러지는 사람일수록 과거를 거울 삼아 미래의 방향 설정도 훌륭하고 정확하게 해내겠지요.”
“아주 우수한 학생들이 온다는 서울대 법대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훌륭한 자질에 견줘 인문학적 소양이나 외국어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학창시절부터 좀 달랐어요..경제·철학·정치 등 인간과 세상에 관한 이해를 많이 쌓아가는 학생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윤 대통령이 법조인 중에서 인문사회학적 소양이 탄탄한 편이라 평가합니다.”
“인간관계를 그저 적과 동지로 양분하거나 어떤 틀에다 집어넣어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를 할 사람은 아닙니다. 포용력이 굉장합니다. 국정을 성공적으로 잘 운용하리라는 기대를 갖는 배경입니다.”
월간중앙은 1년여 뒤인 2023년 9월에도 인터뷰 기사를 내놨다. 그 때는 막 윤석열 정권과 검찰이 비판언론을 대상으로 대대적 탄압을 할 때다.
“윤 대통령은 만나면 만날수록 포인트가 쌓여요. 좋은 점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죠. 이는 가정교육의 기초가 탄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시면 알아요. 예컨대 공개 행사장에서 국민을 향해 절하는 모습을 한번 보세요. 간단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교육을 통해 세련되어야 그렇게 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의 낯 뜨거운 윤석열 찬양은 낯설지 않다. 1980년 8월 23일자 조선일보 전면 기사 ‘인간 전두환’이 떠오른다. 조선일보는 불과 3개월 전 광주 시민을 학살한 ‘살인마’ 전두환을 ‘인간’의 지위로 격상시켜 대권 가도를 열어줬다. 그리고 전두환 정권 시절 급성장을 이뤘다.
다시 지금으로 눈을 돌려보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기득권 매체들은 조희대 대법원의 파기환송 사태 이후 조희대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상 내란에 동조하는 듯한 사법부 일각에 대한 정당한 비판조차 기를 쓰고 막는다. 사법부를 발아래 두려는 민주당 반헌법 폭주, 정치 보복에 사법 위기, 거리로 나선 법조 원로들 같은 사설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조희대와 지귀연 등에 대한 보호막을 치고, 내년 1월 한덕수 선고부터 본격화할 내란 재판 판결 등에서 전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는 마치 내란 세력의 비선 지휘부 같은 역할을 한다. 물론 내란 세력과 기득권 동맹은 윤석열-김건희를 버릴 수밖에 없다. 이들을 감싸서 돌아올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 내란 동맹은 연성 쿠데타 중이다. 이들은 여전히 언론과 사법부, 검경 세력의 주축이다. 아직 내란이 종식되지 않은 이유다. 진정한 내란 청산은 내란 세력의 여론전과 이념전 사령부 역할을 하는 족벌 기득권 매체 체제를 청산하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특검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100년 이상 고착된 언론 생태계를 바꿔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강도 쿠데타는 계속되고, 파시즘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다음 칼럼에선 언론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실천가능한 방안을 함께 나눠보려고 한다.
뉴스타파 김용진 muckraker@newstapa.org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