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과 활빈당 심복 ‘자바리’, 악당들이 공중을 날며 격돌하는 와이어 액션이 시원시원하다. /사진가 전강인
“홍길동 장군님더러 도둑이라니! 도둑놈들은 따로 있는데!”
두 차례 왜란으로 황폐해진 나라, 끝없는 가렴주구에 서민들 원성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 전란 땐 제 살 궁리에 도망치기 바빴으면서 백성만 닥달하는 벼슬아치들이 “저놈 잡아라” 목이 터져라 소리쳐도 통할 리 없다. “아무리 징치해도 탐관오리 끝이 없으니, 바른 세상은 언제나 올 것인가!” ‘홍길동’(이소연·김율희)의 탄식은 조선 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야마토게임예시 '홍길동'(오른쪽)을 맡은 이소연 국립창극단 단원 배우는 끊임없이 공중을 나는 와이어 액션을 선보인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사진가 전강인
2014년 ‘심청이 온다’ 이후 누적 관객 23만명을 기록한 국
바다이야기프로그램 립극장 마당놀이가 지난 28일 하늘극장에서 개막한 ‘홍길동이 온다’로 돌아왔다.
근엄한 양반네, 포악한 탐관오리에 어리석은 임금도 맘껏 풍자하고 갖가지 기예와 배꼽 잡는 웃음으로 백성들 막힌 속 확 뚫어주는 게 우리 전통연희의 맛. 악당은 부채로 휙휙 날려 보내고, 부패한 관리들은 차례로 잡아들여 벌 주던 홍길동은 어느새 하늘극장 천장 위
바다이야기디시 로 높이 떠 올라 시원하게 날아다닌다. 라이브 무대에서 보기 드문 와이어 액션이다.
"BTS급 인기"를 누리는 홍길동(이소연)이 임금의 명령에도 요지부동인 '오빠 부대' 궁녀들에게 둘러싸일 때 객석은 웃음 바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 /사진가 전강인
바다이야기고래출현 활빈당 부하 ‘자바리’(김학용·추현종)가 생중계한다며 “100만 유튜버 활빈당 TV, 별풍선이 벌써 1000개”라며 익살을 부리고, 궁녀들이 임금 명령에도 아랑곳없이 “오라버니” 외치며 홍길동을 둘러쌀 때 객석은 온통 웃음바다. 팔도 사투리를 응용한 개그에 이어 ‘히어로 엑스포’라며 헤라클레스와 미야모토
야마토무료게임 무사시에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까지 등장할 땐 폭소가 파도처럼 번져 나간다. ‘꼭두쇠’(정준태)와 활빈당 여성 조직원 ‘삼충’(조유아·홍승희)의 너스레가 끊임없이 객석과 무대를 잇는다.
'홍길동'(김율희)의 시원한 와이어 액션은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의 매력 포인트. /사진가 황필주
국립창극단의 주역을 도맡아온 단원 배우 김소연과 올해 화제의 창극 ‘심청’ 주역을 맡았던 김율희가 여성 배우로서 홍길동 역을 맡은 것도 매력 포인트. “나라의 병폐가 바로잡히면 백성은 가난해도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고, 있는 자들도 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풍자적 대사들에 웃다가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다.
120분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춤, 연희, 판소리, 곡예의 향연. 연출 손진책, 작곡 박범훈·김성국, 안무 국수호, 연희감독 김성녀, 무대 박동우, 조명 김창기 등 우리 공연계 최고 실력자들의 솜씨다. 내년 1월 31일까지, 전석 7만원. 기자 admin@no1reelsi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