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혼자 프린스' 스틸컷
이광수부터 정일우까지. 국내 유명 스타들의 베트남행엔 이유가 있었다.
국내 극장가에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하며 새로운 문화 교류 흐름을 예고하고 있는 것. 양국 영화계의 적극적인 협업과 베트남 내 한류 확산이 맞물리며, 한국 영화 산업이 동남아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베트남에서 검증받은 흥행작들이 국내 상륙하고, 한국 자본과 인력이 참여한 합작 프로젝트가 연달아 관객 앞에 선보이면서 한국·베트남 영화 협업의 시작을 알린 모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양새다.
한·베 협업 영화는 지금도 박스오피스에서 볼 수 있다. 지난 11월 19일 개봉한 '나혼자 프린스'는 매니저도, 여권도, 돈 한 푼도 없이 베트남에 홀로 남겨진 아시아 프린스 '강준우'(이광수)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그린 코믹 로맨스다. 영화 전편을 베트남 로케이션으로 촬영해 이국적 분위기를 극대화했으며, 지난 10월 3일 베트남에
신천지릴게임 서 먼저 개봉해 현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작품은 '공조', '수사반장 1958' 등에서 특유의 코믹 감각을 보여준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고, 코미디 장르에서 검증된 이광수가 주연을 맡아 12년 만의 재회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 '나
사아다쿨 혼자 프린스' 스틸컷
이광수는 베트남에서 갑자기 혼자 남겨진 아시아 프린스 '강준우'로 분해 믿고 보는 코믹 연기를 펼친다. 여기에 '정한철' 역의 음문석, '타오' 역의 황하를 비롯해 조우진, 유재명, 강하늘, 유선 등 충무로 유명 배우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트남에서 흥행 신화
바다이야기고래 를 쓴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한국보다 앞선 지난 8월 현지 개봉 후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베 합작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먼저 입증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알츠하이머에?걸린 어머니 레티한(홍 다오)를 홀로 돌보던 아들 '환'(뚜언 쩐)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한국에 있는 형을 찾아가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휴먼
오션파라다이스게임 드라마다. 모홍진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았으며, 한국 제작진의 K-무비 제작 노하우가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또 배우 정일우가 레티한의 한국인 남편 정민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스틸컷
이 영화는 CGV골든에그지수 94%, 네이버 네티즌 평점 9.27을 기록하며 국내 관객에게도 감동을 전하고 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배우 뚜언 쩐과 홍 다오, 그리고 정일우가 열연하며 세대·국경·언어를 뛰어넘는 보편적 가족 서사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 영화는 한국 사이더스 합작법인과,?한국 모티브 픽처스, CJ HK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 및 배급을 맡았다.
2025년 8월 1일 정식 개봉 후 단 3일 만에 베트남 현지에서 약 800억 동(약 308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관객들은 알츠하이머를?앓는 어머니와 가난한 아들의 구도에 큰 감동을?받았다. OST 'Co Con Day Ma'(여기 아들이 있잖아요)는 한국 작곡가 SINN-K와 베트남 작곡가 DLIGHT가 공동 작업해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으며, 영화의 잔잔한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리메이크 프로젝트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 영화 '위대한 소원'의 베트남판 리메이크 '마지막 소원'은 한국의 NEW, 런업 베트남, 콘텐츠판다가 공동 제작 및 투자를 진행했다. 원작 감독 남대중이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영화는 올해 7월 CJ CGV를 통해 베트남에서 개봉돼 현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특히 한국 원작의 다소 직설적인 성적 유머를 베트남 정서에 맞게 순화하고 대신 가족애와 우정 요소를 강조해 전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재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베트남 흥행작들이 역으로 국내 극장에 수입돼 소개되는 현상도 눈길을 끈다. 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한 '조상님이 보고계셔', 베트남 영화와 발리우드 스타일을 결합한 '러브?인?베트남' 등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영화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아세안 지역에서도 두드러진 흥행력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문화 전반에서 교류를 확대해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년 한국 베트남 콘텐츠 교류 현황'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베트남 외국인 직접투자(FDI) 부문에서 1위를 기록 중이며, 베트남은 한국의 아세안 최대 경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양국은 2025년까지 무역 규모를 1000억 달러, 2030년까지 15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문화 분야에서도 협력은 활발하다.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 콘텐츠는 베트남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며 두 나라의 문화적 이해를 높이고 있다. 베트남의 젊은 인구 구조, 빠른 디지털 전환 속도는 한국 기업이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베트남판
이 가운데 CJ CGV와 롯데시네마 등 한국 멀티플렉스 기업의 베트남 시장 투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CJ는 베트남 영화 인재 육성을 위한 '단편 영화 프로젝트'를 통해 베트남 영화 산업의 토대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18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시즌 6까지 이어졌으며, 매년 수백 편이 넘는 출품작이 몰릴 정도로 현지 창작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베트남 신인 감독?팜 응옥 런이 '쿨리는 울지 않는다'로 2024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신인 장편영화상을, 즈엉 지에우 린 감독이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로 2024년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최우수 창의상을 동시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방송 분야에서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런닝맨' 등 한국 포맷의 베트남 현지화가 활발하며, 예능 제작 기술·연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교류가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베트남의 공동 제작 프로젝트가 장기적 산업 파트너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의 기획력·기술력에 베트남의 젊은 창작 인력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환경이 더해지면서 양국 콘텐츠 산업이 함께 성장할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 영화계는 동남아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베트남 영화계는 한국의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상생의 선순환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