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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이 가난한 시인이자 출판인인 친구가 최근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그가 1999년 처음으로 펴낸 시(詩) 전문계간지 ‘시현실’이 올 여름호로 100호를 맞은 것이다. 예전엔 제호를 한자 ‘詩現實’로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제호를 깔끔하게 한글로 바꾸고 영어 ‘Contemporary Poetry’로 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꺾어지는 숫자’ 100호는 보통 숫자가 아니다. 사람이 100세까지 살기가 쉽지 않듯 예사로운 일이 아닌 것이다. 봄, 여름, 가 햇살론 생계자금 을, 겨울 해마다 4호를 펴낸 세월이 4반세기 25년. 그게 어디 흔한 일인가? 그 누가 그 ‘의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집념의 사나이가 낳은 소중한 결과물에 경하를 드린다. 아주 많이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일.
하지만 지금 초고속정보사회에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뒤흔드는 세상에 시가 무슨 말라빠진 수작이냐고 하면 무슨 할 말이 있 알프스론 겠는가. 하지만 아니다. 세상이, 사회가 삭막하게 돌아갈수록, 시라는 것은 ‘우리 삶의 윤활유’인 것을. 시를 모르면서 하는 소리인 것을 잘 안다. 여러 번 읽어도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거니와 전달이 어렵게 쓰는 것이 ‘유행’인 듯도 하다. 소월과 영랑의 시가 어렵던가?시인들은 짧은 글을 운율에 맞추든 맞추지 않든, 자신의 심상을 고스란히 표현하여 주식매각 우리의 마음을 감정 이입하게 만드는 그들만의 독특한 ‘재주’가 있지 아니한가. 그들은 비록 말할 수 없이 가난해도 그래서 더욱 귀하고 값진 존재들일까. 문학을 비롯해 음악이나 미술 등 모든 예술인의 정서도 같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만 더 가면, 공부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모든 지식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신한 마이너스통장 에 다 들어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골치 아프게 책을 들여다보고 학문에 힘쓰겠는가. 성인 1인이 1년에 책 한두 권도 읽지 않는다 하고, 신문의 시대도 거하고 있지 않는가.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시전문 잡지가 많았는데, 대부분 문을 닫았다. 아마도 ‘시현실’이 그 끈을 간신히 이어오고 있는, 흔치 않은 시전문 잡지일 듯하다. 건설프로젝트파이낸싱 친구로서 민망한 것은, 친구가 시잡지를 보내올 때마다 마음속으로 경의만 표할 뿐 정기구독을 선뜻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작비 등을 어떻게 꾸려가는지 물어보기도 거시기하다.
어쨌든, 친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목마와 숙녀’라는 시를 아시리라.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라는 노래도 아시리라. 박인환의 시가 노래로 만들어져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황폐한 사회와 문단에 댄디스트 박인환은 몇 편의 시를 남기고 죽었다. 그 시인을 기리는 ‘박인환 문학상’을 2000년 친구가 처음으로 제정, 지금까지 시상하여 24명의 시인을 배출했다. 그 공로가 참으로 크다 하겠다. 오직 뚝심 하나만으로 시잡지와 출판사를 운영하는 친구를 볼 때마다 경이롭다. 그러니 100호 발간을 축하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그는 아마도 그가 할 수 있는 날까지 잡지를 외롭게, 외롭게 펴낼 것이다. 자랑스러운 친구의 건강과 건필 그리고 건승을 빈다.
최영록(생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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