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남은 날이 너무 길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할머니, 나 너무 쓰레기 같아.” 29일 종영한 티브이엔(tvN) 12부작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주인공 미지(박보영)는 육상선수의 꿈이 좌절된 뒤 방에 틀어박혀 지낸다. 방으로 찾아온 할머니에게 미지는 지난날이 후회스럽고 앞으로가 걱정돼 아무것도 못 하겠다고 말한다. 그런 미지에게 할머니가 건네는 말은 미지와 비슷하게 자기혐오와 후회로 고통받았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암만 모냥 빠지고 신재생에너지관련주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미지의 서울’에서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를 연기한 배우 박보영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이 장면 속 대사가 특히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나한테 남은 날이 너무 길어서 무섭다’고 하는 대사가 너무 걸렸어요. 저도 나한테 남은 날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종목추천사이트 그 대사를 잘하고 싶었죠.” 할머니의 말은 현실 속 박보영에게도 힘이 되어줬다. “‘아무리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려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하다’며 할머니가 주는 위로가 크더라고요. 제가 선택했던 것들을 나중에 후회하곤 하잖아요. 돌이켜 보면 그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최선이었으니까 그때 했던 모든 것들은 다 용감한 바나나게임 것이라고 드라마가 깨닫게 해준 것 같아요.”
‘미지의 서울’의 한 장면. 티브이엔(tvN) 제공
‘미지의 서울’은 생김새는 똑같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게 전혀 다른 쌍둥이 자매 유미래·미지가 서로 삶을 맞바꾸는 게 큰재테크주식 줄거리다.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설정을 통해 누구나 각자의 아픔이 있다는 메시지를 건네고 자기혐오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주인공들의 성장을 보여준다. 여기에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한 대사와 친구와 가족, 우연히 얽힌 사람들끼리 서로를 구해주는 서사가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를 건넸다는 평이다. 박보영은 이강 작가만의 쉽고 담백한 대사가 와닿았다고 한다. “호수온라인 황금성 (박진영)가 미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할 때 ‘아주 오래 되게 많이’라고 하잖아요. 정말 담백한데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쉽게 다가오면서 현실적인 말들에서 이강 작가님만의 힘이 정말 있구나 싶더라고요.”
‘미지의 서울’의 한 장면. 티브이엔(tvN) 제공
박보영은 ‘미지의 서울’을 통해 1인2역을 현실감 있게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사소한 차이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감독님이 ‘1인2역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당연히 있겠지만 너무 다르게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많이 벌리진 않되 그 안에서 디테일한 차이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미지는 비뚤어지게 앉거나 다리를 하나 올리고 앉는 반면 미래는 늘 꼿꼿하게 앉아 있는 식으로 달리했어요.” 미지에서 미래로 캐릭터를 갈아 끼우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제가 미래를 연기하면서 받은 돈봉투를 넣는 신이 있었는데요. 봉투를 넣고 서랍을 너무 세게 닫은 거예요. 감독님이 ‘미지인 것 같은데? 미래가 반만 왔어’ 하시더라고요.”
‘미지의 서울’의 한 장면. 티브이엔(tvN) 제공
박보영은 ‘미지의 서울’을 통해 밝고 명랑한 얼굴 이외의 또 다른 얼굴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새로운 얼굴처럼 보이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조명가게’(2024), ‘멜로무비’(2025) 등 최근작들에서 꾸준히 이어진 시도다. “제가 잘하고 (사람들이) 좋아하시는 이미지도 있지만 그런 한쪽 면만 사랑해주실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다양한 것들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대신 너무 낯설지 않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했죠.”
배우 박보영. 비에이치(BH)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 지 19년이 흐른 박보영은 이제야 카메라 앞의 긴장감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19년 동안 첫 촬영은 항상 떨렸거든요. 그런데 ‘미지의 서울’ 때부터 슬슬 덜하더라고요. 예전에는 ‘큰일 났다. 어쩌지’ 싶은 정도로 긴장했다면 이제는 기분 좋은 정도의 긴장감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