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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연도 바꾸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30% 중반 하락 文대통령 재정확대 주문에 내년 총지출 얼마나 늘지 관심한국은행이 국내총생산(GDP) 등 국민계정통계의 기준연도를 2010년에서 2015년으로 개편하면서 지난해 명목 GDP가 111조원 늘어나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 지표가 대폭 좋아지게 됐다. 건전성 지표의 분모 역할을 하는 GDP규모가 커진 반면, 국가채무 규모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8.2% 수준이었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9%까지 내려갔다.
‘국가채무비율 40%의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질문(지난달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에서 촉발됐던 국가채무 논쟁이 한은의 국민계정 개편으로 무의미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가채무비율이 확 낮아지면서 국가채무비율을 40% 이내로 두면서도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은 약 40조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내년 이후 재정지출 규모를 결정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예산실 등 재정당국의 셈법은 복잡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늘어난 GDP 규모가 내년 이후 재정지출 증가율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요구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종잣돈이 생긴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당장 기재부 안팎에서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던 작년 수준(9.5%)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2019년 5월 30일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여당 의원들 앞에서 “2, 3년 뒤면 국가채무비율이 40%대 중반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조선DB◇명목 GDP 증가로 작년 국가채무비율 35%대로 하락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계정의 기준연도를 2010년에서 2015년으로 개편하면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 규모가 1782조원에서 1893조원으로 111조원(6.2%) 늘어났다. 2015년 명목 국내총생산이 1564조원에서 1658조원으로, 2016년은 1642조원에서 1741조원으로, 2017년은 1730조원에서 1836조원으로 연쇄 조정된 데 따른 현상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연도를 2015년으로 바꾸면서 그해 경제규모를 다시 측정하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2016∼2018년 명목 GDP가 커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명목 GDP 변경 효과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명목 GDP가 늘어났지만,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680조7000억원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은 38.2%에서 35.9%로 2.3%포인트(p) 떨어지게 됐다. 내년부터 40%를 돌파하는 것으로 계획됐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상 지출 규모를 유지할 경우 2022년까지는 40% 수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전망된다.
100조원 이상 늘어난 명목 GDP는 오는 8월 말 국회에 제출 예정인 2019∼2023년 중기재정운용 계획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新) 계정으로 명목 GDP가 늘어난만큼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수지 모두에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난 재정여력…내년 총지출 증가율 두 자릿수 육박하나 관건은 명목 GDP 증가가 내년 이후 총지출 증가율에 미칠 영향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정확대 주문을 뒷받침하는데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이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주문한 바 있다. 국가채무비율 등이 낮아진 만큼 지출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GDP가 111조원 늘어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종전 계획에 비해 2~3%p 가량 낮아졌는데, 산술적으로 보면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40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채무비율 40% 논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것이 사실이다. 기재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0% 내외에서 관리하는 것을 암묵적인 재정준칙으로 활용했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비율이 GDP 4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한국당은 국가채무비율을 GDP 40%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건전성법 제정을 당론으로 추진할 움직임이다.
정부가 국가채무비율 하락으로 인한 재정여력 40조원 가량을 순차적으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 총지출 증가액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하게 되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두자릿수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020년 총지출액을 전년대비 7.3% 많은 504조6000으로 편성할 계획이었다. 만약 내년 총지출액을 이 계획에 비해 10조원 가량 추가하더라도 국가채무비율이 38%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없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514조원으로 편성되는 내년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은 9.7%까지 뛸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관측에 대해 기재부 예산실 등에서는 선을 긋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총지출 증가율 등은 세입전망에 따른 재정수지 추이와 경제성장률 등 여러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방향을 속단할 수 없다"면서 "명목 GDP 금액 증가가 예산 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아직까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 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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