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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함영님성
날짜 : 25-11-07
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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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제주 4·3의 비극을 배경으로, 죽음과 상처, 그리고 기억의 윤리를 묵직하게 그려낸다. 한강은 단순한 치유의 서사를 거부하고, 상처의 흔적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기억하는 일"의 책임과 의미를 묻는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죽은 이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인터넷게임사이트
, 그들의 존재를 기억 속에 살아 있게 하는 것이 곧 작별하지 않는 일임을 보여준다. 이별이 단절이라면, 작별하지 않음은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이자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잊힌 이름들을 불러내는 정심이와 경하, 인선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고통을 감싸 안으며 삶의 지속을 노래하는 한강의주식투자
문학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슬픔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소설의 힘을 증명한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그런 한강 문학의 가치가 가장 깊이 응축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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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표지
"내 책을 처음 읽는다면,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다빈치 릴게임
있기를 바란다."
한강의 말처럼 <작별하지 않는다>는 작별을 끝내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망각의 시공간을 넘어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의 무대는 제주 4·3이라는 비극의 현장, 그리고 인선이와 앵무새 아마가 살던 제주 중산간의 집이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살려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기억의 연속이다. 인선의 어머니 정심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1948년 열세 살 소녀였던 그녀는 부모와 오빠, 여덟 살 여동생을 잃고도 살아남아, 그날 이후의 모든 시간을 '작별하지 않는 삶'으로 견뎌야 했다. 죽은 이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기억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이어가려는 일, 그것이 그녀가 택한 사랑의 방식이었다. 인선은 정심 곁에서 그 기억을 이어받으며 살아가고, 경하는 친구의 부름으로 제주에 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침내 그 고통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소설의 첫 문장,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9쪽)
이 시적인 문장은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상징한다. 눈송이는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살아남은 자들의 죄책감과 슬픔을 덮는다. 그러나 동시에, 눈은 지워진 발자국을 다시 드러내듯 잊힌 시간을 되살린다. 열세 살 정심은 학살의 현장에서 '사람이 죽으면 눈송이가 녹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그 이후 녹지 않는 눈송이는 그녀의 인생을 꿰뚫는 무서운 진리로 남는다.
"온다. 떨어진다. 날린다. 흩뿌린다. 내린다. 퍼붓는다. 몰아친다. 쌓인다. 덮는다. 모두 지운다."(177쪽)
이 문장은 마치 눈처럼 쏟아져 내려, 모든 고통과 흔적을 덮는 듯하면서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소설을 읽으며 수학여행 인솔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갔던 제주 4.3평화공원을 떠올렸다.
1층 상설 전시실과 2층 기획 전시실, 그리고 동굴 끝의 '이름 짓지 못한 역사 4.3 백비'까지 찬찬히 둘러보다가 '다랑쉬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비좁고 캄캄한 굴속, 죽음을 피해 숨어 있던 11명의 제주 도민들. 군인들이 나오라고 외쳐도 나가면 총살당할 것이 두려워 나오지 못하고, 결국 밖에서 피운 불에 질식사당해야 했던 그들의 절망이 공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속솜허라. 동굴에서 아버지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에요. 숨을 죽이라는 뜻이에요. 움직이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는 거예요."(159쪽)
숨을 죽인 채 살아야만 했던 사람들의 시간이, 그 짧은 방언 한 마디 '속솜허라'에 응축되어 있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다랑쉬굴 안의 어둠과 침묵을 떠올렸다. 그 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가슴 깊이 새겨지는 울림이면서 역사와 생명의 무게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역사를 잊는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무심히 흘려보내는 일이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을 허락하는 일이라는 것을.
제주 4.3평화공원은 우리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너희는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왜 잊지 말아야 하는가?"
<작별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문학적 대답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고통을 잊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고통을 끝까지 응시하고, 그 기억을 살아내려 한다. 경하가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15쪽)고 말하듯, 완전한 화해는 불가능할지라도 그들은 기억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경하는 결심한다. 도망치지 않고, 고통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겠다고.
그 용기는 단순한 인내나 의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은 죽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끝까지 기억함으로써 그 부재를 현재 속에 살아 있게 한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을 내 안으로 불러들이는 일,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소설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느꼈던 먹먹함이 바로 그 사랑의 씨앗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함께 침묵 속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거나, 비설(군인들에게 쫓겨 두 살 난 딸을 등에 업은 채 희생된 봉개동 주민 변병생 모녀를 모티브로 한 청동조각상) 앞에 숙연히 서 있었던 그 시간.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무언가를 가슴 속에 품었으리라 믿는다.
기억은 단지 과거의 몫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책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마음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을.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애도의 차원을 넘어,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임을 새삼 되새겨 본다.
제주 4·3과 학살의 진상, 죽은 오빠의 뼈를 찾아 평생을 헤맨 정심의 고통, 작별하지 못한 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소설을 읽어 내려갈수록, 나는 그들의 숨결을 내 안에서 느꼈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데가 없다면'(134쪽)
손가락을 다친 인선이 경하에게 앵무새 '아마'를 부탁하는 장면은 상실과 상처를 함께 감내하려는 연대의 몸짓처럼 다가왔다. 서로에게 따뜻한 '콩죽'을 건네고, 자신의 '피'를 나누는 두 인물의 모습 속에서, 죽은 자들의 얼굴을 덮고 있던 눈송이들이 녹아내리며 그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아직 사라지지 마. 불이 당겨지면 네 손을 잡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눈을 허물고 기어가 네 얼굴에 쌓인 눈을 닦을 거다. 내 손가락을 이로 갈라 피를 주겠다."(324쪽)
불붙지 않던 성냥을 다시 그으며, 인선의 영혼을 붙잡으려는 경하의 숨결은 마지막 문장에서 불꽃으로 타오른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325쪽)
그 불꽃은 인선의 영혼이자, 정심의 기억이며, 경하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잊지 않으려는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결국 <작별하지 않는다>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사랑은 타인의 고통을 끝까지 마주하려는 용기다."
그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우리는 어둠의 혼을 밝은 쪽으로 살려낼 수 있고,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
과거를 잊지 않고, 오늘을 살아내며, 언젠가 그 기억 위에 평화와 화해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하고 싶은 영상>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특별기획 ? '한강'(KBS 2014.10.13. 방송)
'설민석의 역사특강' 당신이 몰랐던 제주 이야기 제주 4.3(제주 KBS 제작 2018.04.03. 방송)
<추천하고 싶은 책>
- 현기영 중단편전집 <순이삼촌>(창비, 현기영, 개정2판 30쇄 2023년)
-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빗창'(제주4.3)(창비, 김홍모, 2020년)
/서헌 창녕 영산고 교사
☞ 필자는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약한 존재이지만 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장 강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인식하는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이해하는 '문학',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살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역사'를 꾸준한 책읽기를 통해 심어주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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