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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하얼빈역 전경. ②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내부 전경. ③ 러시아 우수리스크 수이푼강에 설치된 ‘이상설 유허비’. ④ 러시아 우수리스크 ‘최재형 기념관’ 내부. ⑤ 2001년 러시아 크라스키노에 설치된 단지동맹 기념비. ⑥ 2011년 러시아 크라스키노에 새로 설치된 단지동맹 기념비.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만주와 연해주는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독 소득처분 립운동가들은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를 전후로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만주와 연해주로 망명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2025년, 그들의 흔적을 찾아 중국과 러시아로 향했다. 춥고 척박한 타국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뜨겁게 싸웠던 그들의 흔적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한 세기가 넘게 지난 탓일까.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지키지 못한 탓 대부이자율 일까. 그들의 뜨거웠던 흔적은 그때의 온기를 유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점차 희미해지는 그들의 흔적을 기록하기 위해,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서 대한의 독립을 외쳤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본다.
안중근, 1909년 동지 11명과 약지 끊고 혈서
유니베라 농장 입구 단지동맹비·새 한국대부금융 기념비
2014년 중국 하얼빈역 ‘안 의사 기념관’ 조성
자오린 공원엔 ‘청초당’ 새겨진 유묵비 눈길
최재형, 한인 거주 신한촌서 독립운동 지원
재산·목숨까지 바쳐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러 우 국민은행인터넷뱅킹수수료면제 수리스크 헤이그특사 ‘이상설 유허비’도
안중근이 단지(斷指)한 곳, ‘러시아 크라스키노’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설치된 안 저축은행주식담보대출 중근 의사 동상. 2025.10.22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안중근 의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명지(약지)가 잘린 손도장’일 것이다. 안 의사의 유묵(遺墨)에는 무명지 끝마디가 잘린 그의 손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안 의사는 어디서 그의 손가락을 잘랐을까?
안 의사가 단지한 곳은 러시아 크라스키노(옛 연추) 지역의 한 마을이다. 1909년 2월 7일(양력 2월 26일) 안 의사를 비롯해 김기룡, 백규삼, 황병길, 조응순, 강순기, 강창두, 정원주, 박봉석, 유치홍, 김백춘, 김천화 등 12명은 왼손 무명지 끝마디를 자르고, 태극기 위에 ‘대한독립(大韓獨立)’ 네 글자를 혈서로 남겼다. 이후 ‘대한독립만세’를 삼창하고 흩어졌다고 한다. 이것이 ‘단지동맹’으로 알려진 ‘동의단지회 결성’이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안 의사는 ‘하얼빈 의거’를 감행했다.
현재 러시아 크라스키노 유니베라 농장 입구에는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단지동맹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2001년 10월 18일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이 크라스키노 추카노보 마을 입구에 처음 세웠다. 이후 관리가 어려워지자 2007년 11월 크라스키노에 진출해 있던 국내 화장품 기업 ‘유니베라(옛 남양알로에)’와 협의해 유니베라 농장 입구로 이전했다.
지금의 위치는 2011년 8월 한국인들의 관람을 위해 러시아 국경수비대 관할 통제구역에서 벗어난 곳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유니베라는 단지동맹비 재조성 사업을 추진, 이곳에 기존 단지동맹비와 함께 새 기념비를 마련해 작은 공원으로 조성했다. 새 기념비에는 안 의사의 ‘손바닥 도장’과 ‘1909년 3월 5일 12인이 모이다’라고 새겨져 있다. 그로부터 10여ｍ 앞에는 성인 남성 허리 높이의 작은 비석이 있는데, 이 비석에는 ‘2011년 8월 4일 102년이 지난 오늘 12인을 기억하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 10여ｍ가 102년을 상징하는 듯했다.
＃ 단지동맹비 인근은 허허벌판이다.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있는 탓인지 단지동맹비 혼자 외롭게 서 있는 모습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안 의사와 11명의 동지들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지 않았을까 떠올려본다.
안중근,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쏘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안 의사는 존경받는 항일의사로 여겨진다. 이는 의거가 일어난 하얼빈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1월 하얼빈역에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조성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중국 정부에 하얼빈역에 표지석 설치를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비밀리에 추진됐다. 기념관 내부에는 안 의사의 동상과 함께 그의 일생과 하얼빈 의거의 전후 과정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한자와 한글이 병기돼 있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기념관 내부에서는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했던 1번 플랫폼을 창문 너머로 볼 수 있는데, 플랫폼 바닥에는 의거 당시 실제로 안 의사와 이토가 서 있던 장소가 각각 ‘세모’와 ‘네모’로 표시돼 있다.
하얼빈역에서 차로 약 10여분 거리에는 있는 ‘자오린 공원’에서도 안 의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자오린 공원은 중국의 항일전쟁 영웅 리자오린 장군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다. 안 의사가 죽기 전 “내가 죽은 뒤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어뒀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에 묻어달라”고 했는데, 이 하얼빈 공원이 지금의 자오린 공원이다.
이곳에는 안 의사의 유묵 ‘청초당(靑草塘)’이 새겨진 유묵비가 있다. 청초당은 안 의사가 마지막으로 쓴 유묵으로 알려져 있다. ‘풀이 푸르게 돋은 언덕’이라는 뜻으로, 봄에 풀이 푸르게 돋아나듯 한국의 독립도 곧 다가올 것이라는 그의 염원을 담고 있다. 유묵은 현재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 동행한 전문가로부터 ‘하얼빈역 1번 플랫폼의 표시는 한-중 관계에 따라 청소 상태가 달라진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야말로 ‘웃픈’ 상황이다. 아쉽게 플랫폼에 들어가진 못해 청소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유리가 더러웠던 탓일까. 유리창 너머 바라본 표시가 다소 뿌연 모습이었다.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러시아 우수리스크 ‘최재형 기념관’에 설치된 최 선생 흉상과 기념비. 2025.10.24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러시아 연해주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신한촌’이라 불리는 한인 집단 거주지가 있었다.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신한촌으로 몰려들었고, 신한촌은 단숨에 독립운동가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이가 바로 최재형 선생이다. 최재형 선생의 별명은 ‘페치카’, 러시아어로 ‘난로’라는 뜻이다. 그만큼 한인들에게 따뜻한 존재였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재산과 목숨을 바친 최 선생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독립운동가로 평가된다.
9살에 가족과 함께 연해주로 이주한 최 선생은 러일전쟁 당시 군부대 납품사업으로 재산을 축적했다. 이후 동의회, 권업회 등을 조직해 무장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동의회에는 안중근 의사도 속해 있었는데, 안 의사가 하얼빈 의거를 계획한 곳이 바로 최 선생이 사장으로 있는 언론사 ‘대동공보사’였다. 대동공보는 안 의사의 의거 소식을 국내외에 널리 알렸고, 최 선생은 일제가 지목한 의거 연루자 37명 중 첫 번째로 꼽히기도 했다. 또한, 최 선생은 1919년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초대 재무총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는데, 취임하진 않았다. 이듬해인 1920년 4월 일본군이 연해주 신한촌을 습격, 한인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4월 참변’을 일으키면서 일본군에 의해 처형된다.
그가 활동했던 러시아 우수리스크에는 최재형 기념관이 있다. 지난 2019년 국가보훈부(당시 보훈처)는 그가 마지막으로 거주했던 고택을 기념관으로 개관했다. 기념관 외부에는 최 선생의 흉상과 기념비가 설치돼 있으며, 내부에는 그의 삶과 독립운동 공적이 설명돼 있다.
# 러시아 우수리스크 수이푼강에는 ‘이상설 유허비’가 있다. 이준, 이위종과 함께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설 선생은 1917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병사했다.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해는 수이푼 강에 뿌려졌다. 그는 죽기 전 “조국과 광복을 이루지 못했으니, 몸과 유품은 불태우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 ‘항일의 기억 광복의 기쁨’ 독자 이벤트
정답 : 백의, 흰옷, 백의를 즐겨 입는 민족 문화 등.
※ 참여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답을 맞히신 분들을 추첨해 소정의 쿠폰을 보내드립니다.
/김태강 기자 think@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