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다닌지 얼마나 됐냐고? 56~57년쯤 됐지요.""일흔 이상 된 분들이 와서 커피도 마시고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고 대화도 나누는 동네 카페에요, 카페."
제주시 삼양동에는 아늑한 신생이용원이 있다. 머리를 손질하러 온 50년 넘은 단골부터,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들리는 동네 사랑방이다.

1945년생인 원장 강창해 씨는 13살 때부터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이발사로 활동하고 있다. 동네는 물론 시내 곳곳, 우도, 심지어 부산까지 단골이 수십년째 그를?찾는다. 단골을 만족시키는 실력과 더불어 오랜기간 묵묵히 봉사활동을 이어온 인품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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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이용원 강창해 원장. ⓒ제주의소리


어린 소년, 이발사가 되다
제주 삼양 출신인 그는 13살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발소에 다니기 시작했다. 제주시 동문로터리 인근에 있던 삼천이발관이 첫 직장이었다.?
"그때는 시골이 다 배고팠잖아. 어쨌든 직장이라는 주식매각
게 있어야 되니까. 학교도 못 다니고. 들어간 다음 해에 사라호 태풍을 만나서 죽을 고비 넘긴 기억이 나네. 추석 전날이라 새벽 4시까지, 그 때는 새벽 4시까지 손님이 있었다니까. 그때까지 일해서 남수각 내창에 있는 주인 집에 가서 잔다는 것이. 그 날 비가 엄청 왔거든. 방 구들까지 끌어가 버린거야. 그래서 기둥 잡고 올라온 것이 내가 지금까지 살아진 오션파라다이스 먹튀
거. 진짜 죽을 뻔 했어. 그 집에 강아지도 돼지도 다 끌어가버렸거든."
첫 3년은 머리 감는 것밖에 시켜주지 않았다. 그래도 힘든 줄은 모르고 재미나게 일했다. 3년이 지난 해에 월급 300원을 받게 됐을 때 감격이 아직도 훤하다.?
17살, 서울에 건너가서 청량리 쪽에서 이발관을 다녔고, 김포, 진해, 이문동, 목포 다우데이타 주식
가리지 않고 전국을 다니며 실력을 키우고 땀을 흘렸다. 다시 돌아와서는 현 우생당서점 인근의 국일이발관, 옛 제주도립병원 입구의 경남이발관을 거쳐 광양 인근에 본인의 이름을 딴 창해이발관을 개업하기에 이른다. 전국 각지에서 노하우를 배우며 실력을 키운 탓에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 일반 이발소를 가장한 퇴폐황금성게임어플
이발소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강 원장은 그 모습이 보기 싫어 40년전 고향인 삼양으로 돌아와 다시 가게를 냈다.




오랜 기간 이용 봉사활동을 이어온 그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행복나눔인 중 한 명이다. 가게 한 켠을 그 날의 흔적들이 자랑스럽게 지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봉사라는 즐거움
그는 30년 간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유일하게 문을 닫는 목요일, 삼양동사무소에서 지역노인들을 대상으로, 상의군경복지회관에서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무료 봉사를 꾸준히 실행한 것.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보건복지부의 행복나눔인으로 선정돼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공로자 33명 중 한 명으로 뽑혀 박근혜 대통령에게 초청받아 청와대를?방문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에게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이유를 묻자 "하고 싶어서"라는 답을 내놓았다.
"봉사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 그거 싫으면 못하는 거. 그리고 집사람이 또 그런 걸 허락해줘야 할 수 있는 거지."
그의 태도를 존경심으로 바라보는 아내와 8남매가 그의 큰 보물이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아빠가 최고라고 인정해주는 게 가장 기뻐. 난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는데 우리 자식들은 석사가 네 명이나 돼. 대학, 대학원 나온 우리 애들도 '우리 아빠가 최고'라고 늘 하거든. 육지에 지금 네 명의 딸내미가 있는데 3일에 한 번씩은 꼭 전화와. 아빠 목소리 듣고 싶다고."
자녀들에게 귀감이 된 그의 인생철학은 '옳은 생각을 하고, 남에게 싫은 것은 하지 말자'이다.

"생각 자체를 옳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것이 반드시 돌아와. 우리가 산에 가서 메아리로 얘기를 해도 '야'로 하면 '야'로 돌아오지. 그렇게 돌아오는 거야. 그렇게 세상 사는 것도 옳게 살아야 옮은 것이 돌아오지 않겠는가. 그걸 내 철칙으로 생각해."




신생이용원 강창해 원장. ⓒ제주의소리


이발은 예술이다
늘 인자한 미소를 품고 있는 그. 가위와 면도칼을 들고 이발을 시작하는 순간 그의 얼굴은 진지하게 변한다. 예리한 손끝에 머리와 수염을 맡긴 손님들은 금세?편안한 표정으로 바뀐다. 여든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활력과 손놀림의 순발력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손님이 딱 들어오면 저 사람 머리는 어떻게 해야되겠다는 게 머리속에 그려져야 되고. 그런 것이 아니면 이게 예술이라고 할 수 없지. 이발도 예술이라. 내가 생각한대로 해서 그 사람이 만족하면 '아, 이게 예술이구나' 생각하는 거지. 젊은 친구들이 와서도 핸드폰 딱 가지고 와서 '이대로 해달라'고 하면 그대로 딱 해주거든. 외국사람들도 가끔 오는데 딱 원하는대로 해주면 '굿(Good)' 이 한마디가 제일 좋아. 어떤 사람은 (머리 잘 잘랐다고)기분이 좋아서 이발 요금보다 훨씬 많게 3만원을 주고 간 적도 있지."
그는 지금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가게 한 켠에는 요즘 고대기 펌을 연습하는 마네킹이 서 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최근까지도 완전히 손에 익을 때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는 그. 영락없는 이발의 장인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발'이 뭐냐고 물었다.
"내 삶의 원천이지. 어쨌든 다시 태어나도 무조건 이발을 할 거야. 싫으면 못 하는 거야 뭐든지. 내가 하고 싶어야 하는 거지. 천직이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 같아.?
이거 하늘이 허락 안하면 못하는 거야. 손이 떨리거나 눈이 안 좋아져도 못 하는 거죠. 그러니까 하늘이 허락하는 한 하려고 해."
잠깐 앉아 있는 사이 손님들이 오고 갔다. 머리를 자르러 온 사람, 앉아서 차를 마시고 신문을 읽고 담소를 나누러 온 이들도 있었다. 한 방문자에게 강 원장의 솜씨를 묻자 본인의 머리를 한 번 보라며 며칠 전 이발과 염색을 했다고 자랑했다. 말끔하고 정갈했다. 멀리에서도 수십년 단골이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단골들이, 봉사활동을 위한 찾아갔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갈 때 그렇게 섭섭하고 아쉬울 수가 없단다.?
또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이발소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것.
"이제 이발소도 사양길이?돼 가지고 우리 이발소가 사양(산업)이 된 것이 난 너무 안타까워. 좀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그런 바람 말고 다른 바람은 없어."

여든을 넘어서도 이발소를 지키고 있는 천생 이발사, 이발 장인 강창해 원장. 그의 가위질은 오늘도 계속된다.




신생이용원 강창해 원장. 가게 앞에서 한 컷.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