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중동고등학교 학생들이 선배들을 응원한 뒤, 고사장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양세호 기자]



“딱 붙었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오전 6시 57분께 검은 패딩 차림의 김수빈 양은 긴장한 탓에 시험장인 서울 서초구 동덕여고 정문 앞에서 들고 있던 도시락통을 떨어뜨렸다. 수능 당일 물건을 떨어뜨린다는게 수험생들에게 얼마나 아찔한 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다른 수험생의 아버지가 “괜찮다. 이미 딱 붙었다”고 덕담을 건넸고 김 양의 오리지널골드몽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전장으로 나선 수험생들의 굳은 결의 속에 전국 각지 수능 수험장 앞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험생들이 1년에 단 한 번 주어지는 기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주변을 지키는 어른들의 따스함에 ‘수능 한파’도 한풀 물러간 듯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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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방배경찰서 소속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서울 동덕여고 앞에서 수험생들에게 핫팩과 사인펜 등과 함께 격려를 건네고 있다. [김송현 기자]



서울 서초구 동덕여고 앞을 지킨 방배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수험생들의 안전을 살폈다. 학교 릴게임바다신2 전담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은 수험생들에게 핫팩과 컴퓨터용 사인펜을 나눠주며 “고생 많았다. 거의 다 왔으니 힘내라”고 격려했다.

경찰은 학교 주변 교통을 통제하고 범죄 가능성을 점검하며 수험생 지킴이 역할에 집중했다. 방배경찰서 이신정 경위는 “수험생들은 여러모로 위험에 많이 노출될 수 있다”며 “스스로 우울감에 빠지기도 오징어릴게임 쉽고, 그런 모습을 노린 범죄에 취약하기도 하다. 경찰이나 이웃에게 쉽게 손 내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인창고등학교는 도로변에 접해 경찰과 자원봉사단이 경광봉을 들고 차량을 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험생들은 프린트물·에너지 드링크 등을 들고 긴장된 표정으로 고사장에 들어갔다. 군복을 입은 수험생이 야마토연타 들어서자 감독관들이 “충성”을 외쳐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서대문역 앞에서는 구청 직원들이 수험생들을 모범운전수들에게 인계하기도 했다. 인근 카센터에서 근무하며 15년째 수험생들을 바래다준다는 신천균 씨(66)는 “수험생이 부담될까봐 섣불리 말을 건네지는 않는다”면서도 “응원하는 마음에 차 안에 있던 껌을 전해주기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다른 모범운전수 백영신 씨(60)도 “실용음악 전공을 하고 싶다던 친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입시 때문에 몇 년을 고생했다고 털어놓더라”며 “공부 열심히 해서 꼭 꿈을 이루라고 격려했다”고 회상했다.
이날 오전 7시 36분께 고사장을 착각한 여학생이 경찰의 도움을 받는 일도 있었다. 학생은 동대문구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로 잘못 도착했으나 실제 배정된 고사장은 광진구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 가람고등학교’였다. 경찰은 즉시 순찰차로 이동을 지원했고, 이 학생은 오전 7시 56분 고사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수험생 호송을 도운 동대문경찰서 교통과 유대빈 경사는 “학생이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와 어떻게 가야 할지 도움을 요청했다”며 “차에 타서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기에 ‘아저씨가 시간 맞춰 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자, 학생이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경찰관으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서울 동대문구 해성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입실시킨 후에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수험장 앞에는 자녀를 고사장에 보내고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종종걸음으로 자리에 머무르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자녀와 함께 고사장까지 걸어왔다는 김경화(47) 씨는 “도시락을 싸려고 5시 20분에 일어났다”며 “아들이 열심히 공부한 것이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심경을 밝혔다.

반수생인 김지인 양의 아버지는 시험장에 들어간 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잘 보든 못 보든 대견하다”며 “시험이 끝나면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지인 양의 어머니 정유진 씨도 “결과와 상관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진로를 찾는 계기가 꼭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자친구를 배웅하며 고사장 앞에서 따뜻한 포옹을 나눈 커플도 있었다. 김예지 씨(21)는 “남자친구와는 대학 캠퍼스 커플”이라며 “도시락을 싸서 배웅해줬다. 시험 잘 봐서 이번에는 꼭 원하는 대학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배들에게 힘을 보태려는 후배들의 응원도 눈에 띄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앞에선 선배들을 응원하러 온 중동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문이 닫히자 학교를 향해 절을 하며 선배들의 건투를 빌기도 했다. 중동고 학생회장 정의찬 군(18)은 “오늘 선배들의 수능시험을 응원하러 왔다”며 “선배들이 들어갈 때마다 ‘힘내시라’는 말과 함께 박수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고 학생 30여명은 수능 시험장 문이 닫히는 오전 8시 10분에 시험장을 향해 함께 절을 했다.
경찰청은 이날 수능과 관련해 수험생 호송 등 총 23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순찰차로 수험생 태워주기가 1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에스코트 36건, 수험표 찾아주기 16건, 주정차 차량 이동 등 기타 행위가 48건이었다. 기자 admin@reelnara.info